서울 서초동 대법원. 사진 = 연합뉴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사진 = 연합뉴스
대법원이 더불어민주당이 상정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해 ‘보완·개선이 필요하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개정 법률로는 법관과 검사, 고위공무원 등을 모두 수사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공수처가 ‘중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에 적절치 않다는 취지에서다. 특히 대법원은 정부와 여당만으로 공수처장을 뽑을 수 있게 한 개정안에 대해 “견제의 원칙이 손상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 “견제·균형 원칙 부합해야”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10일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실에 ‘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검토 의견’을 제출했다. 이 문건에서 대법원은 지난달 21일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기습 상정’한 공수처 개정안에 대해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곳곳에서 냈다.

우선 공수처법 개정안은 야당 없이 정부와 여당의 의견만으로 공수처장을 임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정 전 공수처법 제6조 4항에 따르면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에는 국회 몫으로 여당 2명, 야당 2명이 들어가도록 돼있다. 하지만 민주당 개정안은 이를 ‘국회에서 추천하는 4인’으로 바꿨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에는 총 7명이 들어가는데 기존에는 7명 중 6명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규정한 부분도 ‘재적위원의 3분의 2 이상’이라고 바꿔 문턱을 낮췄다. 당초 7월 중순 출범 예정이었던 공수처가 표류하자 신속히 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공수처장 추천위원회의 구성 등은 입법부의 소관사항으로 공정성 확보,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보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그 과정에서 우리 헌법 정신과 가치에 부합하는 수사기관의 본질적 권한과 책무, 견제와 균형의 원칙 등이 손상되지 않아야 한다”고 우려했다.

대법원은 공수처 수사관을 늘리는 부분에 대해서도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개정안은 기존 공수처법 제10조 2항이 ‘40명 이내’로 규정하고 있던 수사관 인원을 ‘50명 이상 70명 이하’로 바꿨다. 또 검찰청으로부터 검찰수사관을 제한없이 파견받을 수 있도록 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제10조 2항은 공수처 조직의 비대화를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며 “개정안과 같이 수사관 인원을 늘리고 검찰수사관을 제한없이 받도록 하는 것은 조직이 비대해지는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대검 상위기관 아니야”

공수처법 개정안은 공수처장의 직무와 권한을 규정하는 제17조를 신설했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공수처장의 요청을 받은 관계기관의 장은 이에 응해야 한다. 대법원은 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수사처가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려는 입법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수사처가 대검찰청이나 경찰청 등 기관의 상위기관이 아닌데 관계기관의 장이 수사처장의 수사협조 요청에 응해야 한다는 것은 적정한지 의문”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번 대법원의 의견은 작년에 비해 훨씬 구체적으로 우려와 보완 필요성을 드러내고 있다. 대법은 지난해 5월 공수처 설치를 둘러싸고 “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 등이 손상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힌 바 있다.

이날 대법원 관계자는 “법원행정처에서 해당 내용의 검토의견서를 제출한 것은 맞다”면서도 “개정안에 대한 대법원의 기본적인 입장은 ‘입법정책적 결정사항’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개정안에 대한 찬성 혹은 반대 입장을 명확히 표명한 것은 아니다”고 부연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