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피난처에 세운 특수목적법인(SPC)을 활용해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현 CJ 회장이 상고심에서 사실상 승소했다. 이 회장은 세무서가 부과한 세금 1674억원 중 약 1560억원을 취소하라는 대법원 판결을 받았다.

20일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이 회장이 서울 중부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등 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상고기각 판결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이 회장은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SPC를 세우고 계열사 주식을 사고팔아 이득을 보면서도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 중부세무서는 2013년 9월 이 회장에게 증여세·양도소득세 등 총 2614억원을 부과했는데 조세심판원은 이 중 940억원을 취소했다. 이 회장은 나머지 1674억원도 취소해 달라며 2017년 소송을 냈다.

1심은 1674억 중 부당무신고 가산세인 71억원만 위법해 취소해야 한다며 세무서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은 1674억원 중 1562억여원을 취소하라며 1심을 뒤집고 사실상 이 회장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한 SPC 명의나, 대행계약을 체결하고 해외 금융기관 명의로 취득된 CJ 계열사 주식에 관해 이 회장과 명의신탁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런 원심을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원고가 국내 계열사 주식의 실제 소유자라는 사실, 원고가 해외 특수목적법인 내지 해외 금융기관 사이에 국내 계열사 주식의 명의신탁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증여세 부과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