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들, 상반기 인재영입 키워드는 '공정거래·금융'
대형 법무법인들은 올 상반기 공정거래와 금융 부문 전문가를 대거 영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발(發) 각종 규제가 늘어나고, 사모펀드 부실화 등 각종 금융사고가 빈발해지면서 기업과 은행의 법률 수요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로 ‘인재 영입’ 경쟁이 시들해졌을 것이라는 분석과 달리 대형 법무법인들은 예년과 비슷한 평균 20~30여 명의 거물급 인재를 새 식구로 맞았다.

○‘공정거래’ ‘금융’ 자문 수요↑

최근 로펌들이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분야는 단연 공정거래와 금융 부문이다. 공정위는 각종 ‘규제’와 관련된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달엔 플랫폼 사업자가 입점 판매업체에 수수료 등을 전가하지 못하게 하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게다가 대리점법, 공정거래법 개정안, 대규모유통업법 등 각종 법안에 얽힌 규제가 강화되면서 미리 로펌 문을 두드리는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 부문 역시 라임과 옵티머스 펀드 등 자산운용사와 관련된 큰 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회사의 자문 수요가 늘고 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서울고등법원 판사 출신인 심활섭 변호사(연수원 27기)와 공정거래 분야 전문가인 김경연 변호사(30기) 등을 포함해 상반기에만 40여 명의 전문인력을 영입했다. 심 변호사는 은행·증권 소송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판사 시절 주석 금융법 등 재판실무서 집필에도 참여했다. 김 변호사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담합 사건을 비롯한 공정거래 전반에 대한 자문 경험이 풍부하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기업 지배구조와 금융 규제 전문가인 성해경 변호사(33기)를 영입했다. 성 변호사는 NH농협금융지주회사의 우리투자증권·우리금융저축은행 인수 등을 자문했다. 법무법인 율촌은 공정거래와 국제 소송 전문가인 김용상 외국변호사를 지난 5월 영입했다. 변호사뿐만 아니라 전문위원 영입도 활발했다. 법무법인 광장은 김석호 전 공정위 상임위원과 김재웅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고문으로 영입했다. 법무법인 세종은 김준동 전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조정실장과 이주형 전 금융감독원 기획조정국장 등을 고문으로 영입했다.

태평양의 공정거래 부문 강일 변호사(32기)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대형화되면서 과거 대형마트 등에 적용했던 공정성을 이젠 온라인·모바일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적용하고 있다”며 “앞으로 언택트(비대면) 경제가 발달하면서 온라인 부문의 공정거래 이슈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형사소송 '전관' 인기

판검사 출신 거물급 인사들도 눈에 띈다. 송무 역량을 강화하고 각종 형사 전문가들의 노하우를 보강하겠다는 전략이다. 법무법인 화우는 이인복 전 대법관(11기)을 새 식구로 맞았다. 이 전 대법관은 진보성향의 소수의견을 많이 낸 대법관 다섯 명 중 한 명으로, ‘독수리 5형제’로도 불렸다. 광장은 이승규 전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심의관(30기)과 진광철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30기) 등을 영입했다.

법무법인 바른은 김현웅 전 법무부 장관(16기)을 대표변호사로 영입했다.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법무부 장관이었던 김 전 장관은 검사 시절 조직 내에서 신망이 두터웠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태평양은 ‘특수통’으로 유명한 김수남 전 검찰총장(16기)을 영입했다. 세종은 여성 최초로 서울중앙지검 4차장 검사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을 지낸 이노공 변호사(26기)를 영입했다.

법무법인 지평은 엄상섭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29기)과 정희찬 전 서울동부지검 검사(28기)를 포함해 모두 31명을 영입했다. 올 상반기에만 작년 영입 인원을 웃도는 인재를 새로 맞았다. 엄 전 부장판사는 대법원 연구관 시절 회계사로서 전문성을 살려 조세쟁송 업무를 담당 했다. 지평 관계자는 “올해만 인권경영팀, 위기관리팀, 컴플라이언스센터, 환경팀, 내부조사팀 등 새로운 분야의 팀을 여러 개 신설했다”며 “현재까지 신입 변호사 15명을 포함해 40여 명의 인재를 뽑았고 하반기에도 추가 영입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정민/이인혁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