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급식소가 설치된 전국 유치원 어린이집 4031곳에 대한 전수 점검을 지시했다. 경기 안산 지역 유치원에서 발생한 ‘햄버거병’ 확산세가 심상치 않자 급식 위생 점검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문 대통령은 안산 지역 유치원에서 발생한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과 관련해 우려를 나타냈다”며 “원인을 면밀히 조사해 환자 치료를 포함한 관련 조치들이 철저히 이행되도록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고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여름철이 다가오면서 유치원, 어린이집에서 제공하는 급식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관계부처는 집단 급식소가 설치된 전국 유치원,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조속히 전수 점검을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안산의 H유치원에서는 지난 16일부터 식중독 증상을 보이는 어린이가 발생한 이후 유증상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유치원생과 종사자 202명 중 102명(이날 오후 6시 기준)이 유증상자로 확인됐고 57명이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환자로 확진됐다. 특히 어린이 중 15명은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합병증인 용혈성요독증후군(HUS) 증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H유치원은 경기교육청의 감사 대상에서 누락돼 3년 넘게 감독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교육청에 따르면 H유치원은 2017년 이후 경기교육청의 감사를 한 차례도 받지 않았다. 2017년 이미 사립유치원 종합감사를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감사에서 이 유치원은 교비 부정 사용, 부실 회계 처리 등의 이유로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다.

그럼에도 이 유치원은 지난해 경기교육청이 지정한 945개 사립유치원 전수 감사 대상뿐 아니라 올해 종합감사 대상에서도 빠졌다.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전수 감사 대상에 포함된 유치원이 1000곳에 달하기 때문에 H유치원 등 이미 감사를 받은 곳은 올해 감사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강영연/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