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합원을 채용하라”며 건설노조들이 벌이는 ‘밥그릇 다툼’이 전국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확성기를 크게 틀거나, 수십 명이 현장으로 몰려가 입구를 막아 공사를 방해하는 식이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건설노조는 지난달 서울과 지방 현장 곳곳에서 시위를 벌였다. 5월 한 달간 14개 건설노조 중 한 곳도 시위를 벌이지 않은 날을 꼽기 어려울 정도다. 이들은 건설현장뿐 아니라 국내 주요 건설사 사옥 앞에서도 ‘자(自)조합원 고용 촉구’를 내걸고 집회를 연다. 철근 골조 등 대형 공사뿐만 아니라 형틀 상하수도 등 세부 공사에도 자신들의 조합원을 뽑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건설노조 횡포는 공사 중단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 3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건설노조 조합원 70여 명은 인천 검단신도시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입구를 가로막고, 현장 타워크레인 7대 중 5대와 형틀 목공의 70%를 자신들의 조합원으로 뽑으라고 요구했다. 지난 1월 경기 성남의 한 재개발 건설현장에서는 양대 노총 건설노조 조합원 1000명이 두 달간 대치하면서 공사가 25일간 중단되기도 했다.

건설노조의 ‘일감 챙기기 수법’은 비슷하다. 보통 공사 전부터 하청 건설업체와 협상한다. 여기서 굴삭기 등 조합이 갖고 있는 건설장비를 사용하라고 강요한다. 다음은 채용할 노동자 비율을 정한다. 원하는 인원을 채용하지 않으면 조합은 시위에 나선다.

조합원 간 주먹다짐도 빈발하고 있다. 지난 4월 인천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건설산업노조 조합원 15명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몸싸움을 벌여 12명이 다쳤다. 같은달 2일 광주에서는 양대 노총 조합원 70명이 충돌해 차량 6대가 파손되고 1명이 병원에 실려갔다.

노조 간 밥그릇 다툼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일감은 줄어드는 데 반해 노조의 수는 늘고 있어서다. 전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전문건설업체 80여 곳에 임금 교섭을 요구해 놓은 노조는 14곳에 달한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