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고(故) 구하라의 친오빠 구호인 씨가 20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사실상 폐기된 '구하라법'의 재추진을 위한 목소리를 냈다.

구호인 씨는 2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구하라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해당 자리에는 구호인 씨와 함께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송기헌 의원과 노정언 변호사가 참석했다.

'구하라법'은 부양 의무를 게을리한 자가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가족을 살해하거나 유언장을 위조하는 등 제한적인 경우에만 상속결격 사유를 인정하는 현행 민법에 '직계존속 또는 직계비속에 대한 보호·부양의무를 현저하게 해태한 자'를 추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앞서 구호인 씨는 어린 시절 친모가 가출해 20여년 가까이 연락이 닿지 않았으나 구하라 사망 후 재산의 절반을 요구했다며 친모를 상대로 상속재산분할심판을 법원에 청구했다. 더불어 구호인 씨는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구하라법' 입법 청원을 해 1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발의됐다. 그러나 끝내 '구하라법'은 지난 20일 열린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 오르지 못해 자동 폐기수순을 밟게 됐다.
故 구하라 친오빠 구호인 씨 /사진=최혁 기자
故 구하라 친오빠 구호인 씨 /사진=최혁 기자
구호인 씨는 기자회견에서 "동생은 생전 친모에 대한 아쉬움을 자주 토로했다. 친모에게 버림받았다는 트라우마를 갖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동생이 지난 2019년 세상을 떠나고 장례를 치르던 중 친모가 장례식장에 찾아와 가족들의 항의도 아랑곳 않고 조문을 온 연예인과 사진을 찍으려하는 등 현실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친모 측 변호사들이 찾아와 동생의 부동산 매각 대금의 절반을 요구해 충격 받았다"면서 "'구하라법'이 만들어져도 적용을 받지 못하겠지만 어린시절 친모에게 버림받고 고통받은 동생과 저의 비극이 우리 사회에서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 위해 입법 청원을 하게됐다"고 말했다.

차기 국회에서 '구하라법'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소급입법의 원칙 상 구하라 측이 진행하고 있는 상속재산분할사건은 바로 적용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구호인 씨는 자신들과 같은 상황이 거듭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구하라법' 재추진에 나서는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구하라법' 재추진 촉구 기자회견 /사진=최혁 기자
'구하라법' 재추진 촉구 기자회견 /사진=최혁 기자
구호인 씨는 "그동안 구하라를 사랑해주고 응원해준 많은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면서 "'구하라법'은 평생을 외롭게 살아간 사랑하는 동생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다. 20대 국회에서 법안이 만들어지지 않았으나 21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통과될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앞으로 더욱 많은 관심과 도움을 간곡히 호소드린다"며 말을 마쳤다.

한편 지난해 11월 구하라가 세상을 떠난 후 고인의 재산은 친부와 친모가 각각 반씩 상속을 받았다. 친모의 가출 이후 남매를 친척집에 맡기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전국을 떠돌았던 친부는 "미안하다"며 유산을 포기, 구호인 씨에게 자신의 몫을 양도했다. 그러나 구하라의 친모는 20여년 간 양육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음에도 현행 민법에 따라 구하라의 재산을 상속받게 돼 논란이 됐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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