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승리(본명 이승현) 측의 뒤를 봐주는 등 클럽 ‘버닝썬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규근 총경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윤 총경의 혐의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결론냈다. 공교롭게도 문재인 대통령이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던 버닝썬·김학의·장자연 세 사건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선일)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알선수재), 자본시장법 위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를 받은 윤 총경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윤 총경은 승리 등이 포함된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경찰총장’이라고 불린 인물이다. 지난해 10월 구속됐는데 이날 6개월여 만에 석방됐다.

앞서 경찰은 윤 총경에게 직권남용 혐의만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이 보강 수사를 거쳐 특가법 위반,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를 추가했다. 재판이 끝난 뒤 윤 총경 측 변호인은 “억울한 점이 많았다는 것을 알아달라”고 짧게 소감을 밝혔다.

윤 총경은 2016년 특수잉크 제조업체인 큐브스(현 녹원씨엔아이)의 정모 전 대표가 고소당한 사건을 무마해준 대가로 수천만원대 주식을 받고, 정 전 대표가 알려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정 전 대표가 주점 ‘몽키뮤지엄’ 단속 사건에 대해 부탁하자 수사 상황을 알아봐준 혐의도 있다. ‘몽키뮤지엄’은 승리와 사업파트너인 유인석 전 유리홀딩스 대표가 운영한 주점이다. 윤 총경은 신고가 들어오자 부하 경찰관을 시켜 단속 내용을 확인한 뒤 알려준 혐의를 받는다. 버닝썬 수사 과정에서 정 전 대표에게 텔레그램 등 휴대폰 메시지를 삭제하도록 한 혐의도 있다.

이날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특정 사건이 유리한 방향으로 처리될 수 있도록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다른 공무원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고, 알선의 대가로 주식을 수수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재판 말미에 “피고인이 100% 결백하거나 공소사실이 진실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며 “진실은 피고인만 알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정민/이인혁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