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주차 산모의 낙태 시술 도중 태어난 아기를 물이 담긴 양동이에 넣어 사망케 한 산부인과 의사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34주차 산모의 낙태 시술 도중 태어난 아기를 물이 담긴 양동이에 넣어 사망케 한 산부인과 의사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낙태 시술 도중 태어난 아기를 물이 담긴 양동이에 빠뜨려 사망케 한 산부인과 의사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1부(김선희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A 씨에게 징역 3년6개월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3월 미성년자였던 산모 B 씨와 그의 모친으로부터 낙태 시술 대가로 2800만원을 받고 임신 34주 태아를 제왕절개 방식으로 낙태하려 했다.

하지만 B 씨의 모체 밖으로 억지로 나오게 된 아기는 짧은 울음을 터뜨렸고, A 씨는 미리 준비한 물이 담긴 양동이에 아기를 담가 사망케 했다.

A 씨는 또 사체 해결을 위해 검정 비닐 봉지에 아기를 담아 냉동시킨 후 일주일 뒤 정상적인 의료폐기물인 것처럼 폐기물 수거 업체에 인계했다.

A 씨 측은 "출산 당시 태아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을 그대로 방치해 자연사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A 씨의 행위가 '고의적인 살인'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 씨가 살아있는 상태로 나온 출산 직후의 아기를 물이 담긴 양동이에 집어넣어 살해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면서 "최소한의 의료행위조차 하지 않은 채 양동이에 넣고 상당 기간 방치한 점에 비춰 살인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

또 "낙태 시술에 참여했던 간호조무사 등의 진술은 일관되게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었다'고 한다'면서 "피고인이 살아 있는 상태로 나온 아이를 살해한 사실이 인정된다. 비록 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미숙아라도 해도 생명은 존엄하고 고귀한 것으로 경시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