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셋째 살해 후 암매장한 '원주 세 남매 사건' 첫 재판 열려
변호인 측 "대부분 혐의는 인정" vs 검찰 "미필적 고의 살인" 주장
첫돌도 안 지난 딸·아들 숨지게 한 20대 부모 "살인 혐의 부인"
출산한 세 남매 중 첫돌도 되지 않은 자녀 2명을 질식 시켜 숨지게 한 뒤 아동·양육 수당까지 챙긴 혐의로 구속된 20대 부부의 첫 재판이 9일 열렸다.

검찰은 자녀 2명의 사망은 부모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주장했고, 피고인과 변호인 측은 대부분 혐의는 인정하지만 살인 혐의는 부인해 향후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1부(조영기 부장판사)는 이날 살인과 사체 은닉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황모(26)씨와 아내(24)에 대한 첫 심리를 열었다.

이 재판의 쟁점은 사망한 둘째 딸과 셋째 아들의 사망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냐, 고의가 아닌 유기·방임에 의한 사망이냐다.

검찰은 공소사실 요지 진술을 통해 "황씨가 성인용 이불을 덮거나 목을 눌러 질식 시켜 자녀들을 살해했고, 아내는 이를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황씨와 변호인 측은 "대부분 혐의는 인정하지만 살인 혐의는 인정할 수 없다"며 "자녀들을 꼬집거나 때린 행위는 양육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 만큼 방임 치사 혐의도 법리적으로 다투겠다"고 밝혔다.

첫돌도 안 지난 딸·아들 숨지게 한 20대 부모 "살인 혐의 부인"
검찰에 따르면 이들 부부는 2015년 4월 첫째 아들을 낳은 뒤 이듬해인 2016년 4월 둘째 딸을 출산했다.

모텔과 원룸 생활을 전전해온 황씨는 2016년 9월 14일 원주의 한 모텔방에서 둘째 딸을 두꺼운 이불로 덮어둔 채 장시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둘째 딸 사망 후 2년여 뒤인 2018년 9월 황씨 부부는 셋째 아들을 출산했다.

황씨는 지난해 6월 13일 생후 10개월 된 셋째 아들이 울자 울음을 그칠 때까지 엄지손가락으로 아들의 목을 수십여초 동안 눌러 숨지게 했다.

황씨는 검찰 조사에서 "둘째는 두꺼운 이불로 덮어둔 채 장시간 방치했다"며 "셋째는 울음을 그치게 하려고 목을 누른 뒤 잠을 잤다"고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둘째와 셋째 모두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황씨에게 살인 혐의, 남편의 이 같은 행동을 알고도 말리지 않은 아내에게는 아동학대 치사 혐의를 각각 적용했다.

이들 부부는 둘째 딸 사망 이후에도 3년간 총 710여만원 상당의 양육·아동수당을 챙겼다.

황씨는 첫째 아들에게 셋째 동생을 괴롭히도록 강요한 뒤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촬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황씨의 아내도 첫째 아들에게 젖병을 던져 막냇동생의 얼굴을 맞추게 하는 등 신체적 학대도 했다.

첫째 아들도 지난해 7월부터 5개월간 렌터카 안에서 양육하고 공중화장실에서 찬물로 몸을 씻기는 등 양육을 소홀히 했다.

숨진 영아 2명의 시신은 황씨의 친인척 묘지 인근에 봉분 없이 암매장된 채 최근 백골 상태로 발견됐다.

이들 부부의 첫째 아들은 아동보호 위탁기관에서 보호 중이다.

다음 재판은 내달 7일 오후 2시 10분에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