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로 확산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모든 걸 바꿔놓고 있습니다. 의료 시스템은 물론 정치 경제 예술 등을 가리지 않습니다. 우리 생활습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가 지나간 뒤 세계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코로나 이후’를 조망하는 명사 칼럼을 최근 게재했습니다.

WSJ와 독점 제휴를 맺고 있는 한국경제신문이 화제를 모았던 이 칼럼 17개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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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나타나기 전인 2019년-비록 고대의 일처럼 멀게 느껴지긴 하지만-의 한때로 돌아간다고 생각해 보자. 갑작스럽게 세계적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이 발생했다고 치자. 당신은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할 것으로 상상했을까. 아마도 영화 '컨테이젼'이나 '거리의 공황' 중 한 장면을 떠올렸을 것이다. 약국을 약탈하는 사람들, 이웃을 무자비하게 배신하는 사람들….

일부에서 화장지 같은 물건을 놓고 갈등을 빚기는 했지만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그 반대로 행동했다. 코로나19는 세계적으로 '친절 전염병'을 확산시켰다.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더라도 많은 사람들은 서로 돕고 다른 사람과 연결하는 길을 찾아냈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이웃에게 식료품을 전달하고, 외로운 노인과 온라인으로 교류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기부 캠페인도 펼쳤다. 식당은 실직자들을 위한 주방으로 변신했다. 도시 사람들 모두가 의료진에게 기립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국회의원들은 몇 주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해고 보호나 보조금 등 구제책을 들고 나왔다.

재난은 혼자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잘못됐다는 걸 깨닫게 해준다. 우리가 서로에게 완전히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 인간이 연약함을 공유하고 있음을, 그 연약함이 곧 인간다움이라는 사실도 여실히 드러낸다.

바로 이 때문에 위기가 닥쳤을 때 우리는 모르는 사람을 열심히 돕는 것이다. 수필가 레베카 솔니트는 위기 때 나오는 인간의 본성을 '연민의 축제'라고 불렀다. 9·11 테러 직후 미 전역에서 헌혈을 하려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닥쳤을 때는 민간 선박 선주들이 스스로를 '케이준 해군'이라 부르며 조난자를 구출했다.(케이준은 카트리나 피해가 컸던 루이지애나주의 프랑스 이민자 후손을 뜻한다.)

심리학자 어빈 스타우브와 요한나 레이 볼하트는 이런 종류의 반응을 '고통에서 태어난 이타주의'라고 불렀다. 이 반응은 놀라운 부작용을 낳는다. 돕는 사람을 더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우리는 종종 이타주의를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이익을 주기 위해 희생하는 행위로 생각한다. 하지만 누군가 잘 산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못 살게 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의 시간과 돈을 바칠 때 더 행복함을 느낀다. 노인의 경우 자원봉사를 하면서 더 건강해지고 사망률이 낮아진다는 게 정설이다.

친절함은 큰 고통의 순간에 우리 스트레스를 낮춰주고 마음을 다독여준다.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은 "고통에서 희생과 같은 의미를 찾는 순간 고통은 사라진다"고 했다. 전쟁과 폭력, 중독에서 회복한 많은 생존자들이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 스스로의 회복도 빨라졌다고 증언한다. 그들은 예전에는 알아차리지 못했을 지 모르는 힘을 발견한다. 그들이 겪은 경험 속에서 목적을 발견하고 무력감을 덜어낸다. 바로 지금, 그것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허리케인은 몇 시간, 지진은 몇 분, 테러 공격은 몇 초 만에 일어난다. 그것들은 우리의 삶에 무서운 느낌표를 남긴다. 또 어깨를 맞대고 투쟁하도록 부추긴다. 그 이후 일상에서 우리를 갈라놓는 경계선들이 천천히 다시 나타난다.

코로나19 대참사는 훨씬 더 오래 지속될 것이다. 우리의 투쟁은 서로를 돕는 이 순간을 습관으로 바꿔줄 수 있다. 많은 사람은 모든 상황이 예전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바람을 거부해야 한다.

이번 위기는 '뉴 노멀'(new normal
·새로운 정상 상태)을 정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위기를 겪은 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수 백만 달러를 지원하는 정책을 의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자비한 개인주의 대신 공감과 유대감으로 우리의 가치를 전환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불가능할 수도 있지만 이 바이러스로 인한 '마비'가 끝날 때를 고대한다. 지금부터 몇 달, 몇 년, 몇십 년 후까지 코로나19는 경제적 부담과 장기적 건강 문제를 안겨줄 것이다. 우리는 이전보다 더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계속 서로를 도와야 한다.

원제=Habits of kindness that will edure
정리=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