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다음달 6일로 예정된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정상적인 개학이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교육당국은 개학을 더 연기하거나, 지역과 학교별로 ‘등교 개학’ 대신 ‘온라인 개학’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개학이 추가로 연기되면 대학수학능력시험 등 대학 입시 일정 전반이 순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교사 73% “추가 개학 연기 필요”

6일 개학 또 미뤄질 듯…수능도 연기 불가피
29일 교육계에 따르면 정세균 국무총리와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17개 시·도교육감은 전날 간담회를 열어 추가 개학연기 여부를 놓고 의견을 나눴다. 강은희 대구교육감을 비롯해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대부분 시·도교육감은 3차 휴업이 끝나는 다음달 6일 정상적인 등교 개학은 어렵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정상적인 개학을 위한 조건으로 제시한 것은 △통제 가능한 수준의 감염 위험 △학부모·지역사회·교육계의 공감대 △학교의 방역체계·자원 등 크게 세 가지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이 세 가지 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할 때 다음달 6일 등교 개학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성년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해서 늘어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0~19세 미성년 확진자는 29일 기준 619명으로 엿새 만에 56명 증가했다. 교사단체 좋은교사운동이 지난 26~27일 유·초·중·고 교사 400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73%가 ‘등교 개학을 연기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학교에 비축한 마스크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교육부가 개학 전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힌 마스크 수량은 학생당 4장에 불과하다.

초·중·고 개학 마지노선은 4월 20일

교육계에서는 정부가 4차 추가 개학 연기나 온라인 개학을 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상 초·중·고교의 수업일수는 최대 19일(법정 수업일수 190일의 10분의 1)까지 줄일 수 있다. 지난 3차 개학연기 결정으로 수업일수가 열흘 감축됐지만 아직 9일 더 여유가 있다. 다음달 15일로 예정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까지 감안하면 초·중·고교의 개학일은 다음달 20일까지 미룰 수 있다.

다만 추가로 개학을 미루면 수능 등 전반적인 대입 일정의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입 수시 모집에 반영되는 고3 학생부 마감일(8월 31일)이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개학이 5주 이상 미뤄지면 현실적으로 기한 내에 평가를 치르고, 학생부를 마감하기 벅차기 때문이다. 학생부 마감일이 연장되면 수시 모집 시작일 등 대입 관련 일정이 줄줄이 순연될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수시 모집 일정과 수능일을 1~2주가량 연기하는 등 실현 가능한 대입 일정 조정안을 폭넓게 검토하고 있다.

다음달 6일 예정대로 개학을 하더라도 등교 개학 대신 온라인 개학을 하는 방향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교육부는 원격수업을 수업일수로 인정하기 위해 원격수업의 개념과 운영 원칙 등을 규정한 ‘원격수업 운영 기준안’도 마련했다. 하지만 원격수업을 위한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온라인 개학 시 대혼란을 일으킬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교육부는 늦어도 31일까지 추가 개학 연기 및 온라인 개학 시행 여부 등을 최종 결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