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낙인에 편견과 의심의 눈초리, 일부 대학은 '힘내라' 응원 물결
"바이러스 퍼지니 中유학생 받지 마라" 항의 빗발치는 경남 대학
"이런 시국에 왜 중국인 유학생들을 받고 있나요?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으니 되돌려 보내세요"

7일 경남의 한 4년제 사립대학교에 따르면 최근 중국인 유학생들을 본국으로 되돌려 보내라는 항의성 전화가 학교로 수십 통 걸려왔다.

새 학기를 맞아 입국한 중국인 유학생들 때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지역에 확산할 수 있어 불안하다는 것이었다.

전화를 한 사람도 일반 시민부터 기초의회 의원까지 다양했다.

이렇게 걸려 오는 전화만 하루 평균 6∼7건, 현재까지 총 60여건에 달한다.

이 학교에 등록된 중국인 유학생은 75명이다.

이중 절반가량이 개인 사정으로 입국하지 않았거나 방학 시작 당시 중국에 가질 않고 한국에 남았다.

나머지 절반만 자가격리 중이거나 2주간의 자가격리를 끝내고 한국인 학생들과 분리된 숙소에서 지내고 있다.

중국인 유학생들은 외부와 철저히 격리돼 밖에 나갈 수 없으며 매주 2차례에 걸친 방역부터 꾸준한 코로나 검사까지 빈틈없이 관리되고 있다.

이들 중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오거나 자가격리 조처를 어기고 밖으로 돌아다닌 사례도 없었다.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 조짐마저 나타나자 경남 내 일부 중국인 유학생들은 자신들에 대한 편견과 의심의 눈초리에 속앓이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확산 주범으로 신천지가 지목되고 중국 국적의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도 7명뿐이다.

그러나 우한에서 바이러스가 유행하기 시작했다는 이유로 경남 내 중국인 유학생들은 근거 없는 비방에 시달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인 입국 금지 요구 등 '혐오 정서'에 편승해 자칫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학교 관계자는 "학교 측 조처를 상세히 설명해 드리면 전화를 건 대다수는 수긍하고 넘어간다"며 "지금 한국인들을 격리하고 입국을 막는 나라도 많은데 역지사지의 자세로 중국인 유학생들을 보호하고 존중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학교 중국인 유학생들은 '특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하고 편안하게 관리받고 있다"며 "자가격리된 학생들 불만도 없고 일부는 오히려 격리 장소가 편안해 나가기 싫어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중국 상하이에서 온 경남지역 중국인 유학생 A(26)씨는 "현재 기숙사에서 자가격리 중인데 매일 2회 발열 체크를 하는 등 건강과 위생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며 "학교 관계자들과 한국인 친구들은 다 따뜻하게 대해줘 큰 불편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강 뒤 모두 모여 수업을 듣는 것에 부담감이 있지만, 마스크 착용 등 위생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조심히 생활할 것"이라며 "중국인 학생들은 다른 사람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하루빨리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이와 반대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중국인 유학생을 응원하는 사례도 있다.

창원대학교의 경우는 중국 유학생과 함께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함께 이겨내자는 분위기다.

창원대 국제교육교류원, 기숙사 등 중국인 유학생이 자주 드나드는 곳에는 그들을 응원하는 플래카드가 설치됐다.

학내 4곳에 설치된 대형 플래카드에는 '유학생과 다 같이 코로나를 극복하자'는 문구가 적혔다.

이 학교에는 97명의 중국인 유학생이 재학 중이며 20여명이 최근 휴학을 신청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