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신천지교회와 관련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21일 경기 과천시 별양동에 있는 신천지 과천교회가 폐쇄됐다. 이날 서울시와 경기도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역 내 신천지교회에 대해 폐쇄령을 내렸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대구 신천지교회와 관련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21일 경기 과천시 별양동에 있는 신천지 과천교회가 폐쇄됐다. 이날 서울시와 경기도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역 내 신천지교회에 대해 폐쇄령을 내렸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신천지교회 신도들이 전국 곳곳에서 코로나19 확진자로 판정을 받자 지방자치단체들이 강력한 봉쇄조치에 들어갔다. 전국 각지에 있는 신천지 교회시설을 폐쇄하고 수만 명에 이르는 신도에 대해 전수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신도들을 모두 조사하기 어려운 데다 이미 상당수의 신도가 전염됐을 가능성이 커 방역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131명의 감염 확진자가 31번 환자가 방문한 대구신천지교회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신천지 교회 폐쇄 나선 지자체들

대구 신천지 교인 544명 유증상자…서울·경기 등 '예배당 폐쇄'
이날 새롭게 추가된 104명의 환자 중에서 대구 신천지교회 관련 확진자는 85명이나 됐다. 이날에는 대구·경북지역 외에서 대구 신천지교회 관련 확진자가 잇달아 나와 충격을 줬다. 경남에서 처음 발생한 4명의 환자를 비롯해 광주 2명, 충북과 서울에서 1명씩 나왔다.

청도 대남병원과 관련된 확진자도 이날까지 모두 16명이나 됐다. 대남병원에선 지난달 31일부터 2월 2일까지 신천지 총회장 이만희 씨의 형 장례식이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대구교회에서 열린) 예배와 장례식 참석자에 대해선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장례식 방명록 등은 중요한 추적대상일 텐데, 신천지가 제공하는 정보에만 의존하지 말고 더 빠르고 신속한 조치를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서울 경기 등 주요 지자체는 이날 즉각 신천지 예배당 폐쇄에 들어갔다. 또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활동 중단 여부를 밀착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특단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오늘부로 서울 소재 신천지교회를 폐쇄한다”며 “신천지 교회 방역과 소독도 서울시에서 직접 시행하겠다”고 했다. 이어 “이달 대구에 다녀온 신도 17명을 파악해 자가격리 조치를 취했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신천지 교단은 예배당을 즉시 폐쇄하고 경기도 내 예배당과 집회, 봉사활동 구역 등을 즉시 경기도에 신고해 달라”며 “경기도는 해당 구역을 방역조치하고 감염이 확산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신천지교회가 응하지 않으면 긴급행정명령 등 물리력까지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인천, 광주, 전북, 제주 등도 지역 내 신천지 교인에 대해 전수조사를 한다는 계획이다.

각각 9330명과 3966명의 신도 명단을 확보해 전수조사하고 있는 대구시와 경상북도에 따르면 확진자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대구시의 1차 조사 결과 조사 대상 4475명 가운데 유증상자가 544명에 이른다. 대구시는 교인 4120명을 자가격리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신천지 “전국 74개 교회 이미 폐쇄”

일단 신천지예수교회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보건당국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신천지 관계자는 “31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직후 전국 12개 지파와 74개 교회를 모두 자체 폐쇄했다”며 “교육센터, 모임방 등의 교단 관련 시설도 모두 문을 닫은 상태”라고 말했다.

31번 확진자가 참여한 대구 교회 예배에 참석한 신도 명단도 당국에 제출했다는 것이 신천지 측 설명이다. 신천지 관계자는 “다른 지역에서 이날 예배에 참석한 신도를 파악해 이름 전화번호를 당국에 제공했다”며 “이날 예배에 참석한 교인에게는 자가격리할 것을 요청했다”고 했다.

이만희 총회장은 이날 코로나19 확산이 “마귀의 짓”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신도들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회장은 “이번 병마 사건은 신천지가 급성장됨을 마귀가 보고 이를 저지하고자 일으킨 마귀의 짓”이라고 주장했다.

김순신/수원=윤상연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