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비상'인데 청소·택배·우편 차량 자유롭게 숙소 드나들어

21일 제주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해군 취사병 A씨가 소속된 해군 615비행대대는 '초비상' 상황을 맞았음에도 감염확산을 막기 위한 외부와의 격리조치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코로나19 확진자 소속 제주 해군부대 격리조치 '허술'
해군은 이날 오전 제주도 역학조사관 즉시대응팀이 부대에 와서 전 장병을 대상으로 체온측정 및 문진표 작성 등 전수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전 부대원을 외부와 완전히 격리한 상태라고 밝혔지만 기자가 본 해당 부대의 격리 실상은 달랐다.

이날 오전 7시 30분께 운동복 차림의 부대원 3명이 부대 바로 바깥의 독신자 숙소에서 나와 한 도시락 업체의 박스를 들고 숙소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이날 새벽 확진판정을 받은 군인이 취사병이어서 도시락으로 일부 아침 식사를 대체하려는 것이 아닌지 추측해볼 수 있었다.

부대원 일부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취재진에게 다가와 취재제한 사항을 설명하기도 했다.

오전 8시께엔 외부에서 해군 차량 두 대가 숙소 주차장으로 들어왔다.

전투복을 입은 장병 4명이 각각 두 명씩 차량에 타고 있었고 잠시 대기하다 차량에서 내려 정문 앞 바리케이드 2개를 전진 배치했다.

잔뜩 긴장한 모습의 장병들은 마스크를 쓰고 취재진에게 접근해 촬영 제한을 통보하며, "모든 보도는 해군의 통제를 받고 이뤄져야 한다"고 취재진에게 말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소속 제주 해군부대 격리조치 '허술'
이들이 바리케이드의 위치를 전진시켜놓긴 했지만 이후 감염 차단과 통제를 위한 해군 측의 적극적인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상황 통제를 위해 배치된 장병도 없어 누구나 자유롭게 외부 숙소에 드나드는 상황이 이어졌다.

평상시처럼 청소차량이 드나들었고, 택배차량도 진입해 택배기사가 10여분에 걸쳐 숙소 곳곳에 택배 물품을 배달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집배원이 오토바이를 타고 숙소로 들어가는 모습도 보였다.

취재진 역시 자유롭게 숙소 앞 주차장까지 들어가 취재 활동을 했다.

반면 철조망 너머 부대 내부의 모습은 극도로 고요했다.

2시간 30분 동안 영내에서 볼 수 있었던 부대원은 단 두 명에 불과했다.

해군 측은 또 부대 전 구역에 대한 방역을 시행해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지만, 내부에서 이뤄지는 추가적인 부대원 검사 또는 격리 조치에 대한 내용은 현재 알려지지 않고 있다.

제주국제공항의 동쪽 끝에 자리하고 있는 615비행대대는 P-3C, P-3CK 등 초계기, 고정익기를 운용하는 비행전대로 제주국제공항 터미널과는 직선거리로 600∼700m 떨어져 있다.

615비행대대의 4층 2동의 독신자 숙소는 부대 정문 바로 앞에 위치해 있고, 100명 이상이 생활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