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사정 만만찮고 입국 후 수송 대책 '막막'
중국인 유학생 격리방안에 고심하는 대구권 주요 대학들
중국인 유학생이 많은 대구권 주요 대학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개학 전 일정 기간 기숙사 격리를 결정했지만, 기숙사 여건과 수송 방안 등으로 고심하고 있다.

16일 대구권 주요 대학들에 따르면 대구·경북지역에서 중국인 유학생 수가 가장 많은 곳은 계명대로 1천16명이 재학 중이다.

이 가운데 이번 사태 이전부터 국내에 체류한 300여명을 뺀 700여명이 개학에 맞춰 입국한다.

대학 측은 당초 개학일(3월 2일)을 2주 후인 16일로 미루고, 이들을 최소 2주간 기숙사에 격리해 잠복기를 넘긴 뒤 수업 참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학생들에게 이번 학기 수강을 원할 경우 오는 24일까지 입국하라고 통보했지만, 700여명이 모두 돌아온다면 1인 1실 격리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본다.

2·4·6인실 1천400여개 가운데 개별 화장실을 갖춘 방(2인실)은 350여개뿐이다.

대학 측은 나머지 인원 격리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유학생들 주소지가 중국 여러 도시에 흩어져 있고 입국 날짜와 항공편이 제각각이어서 인천공항, 김해공항 등에서 학교까지 수송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식사 공급,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 격리 기간 유학생 생활 방안은 아직 논의조차 못 하고 있다.

중국인 유학생 격리방안에 고심하는 대구권 주요 대학들
중국인 유학생 887명이 재학 중인 경북대는 대책 마련에 분주하지만, 기숙사 사정이 여의치 않아 격리 효과에 의문이 제기된다.

경북대는 그동안 국내에 체류해 격리 대상이 아닌 중국인 유학생이 343명, 입국을 앞둔 학생이 486명인 것으로 파악했다.

58명은 한국에 있는지, 중국에 있는지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대학 측은 300실 규모 향토생활관 1개 동을 통째로 비우고 필요하면 1개 동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방 3개에 화장실 1개가 딸린 구조여서 완벽한 격리가 어려운 실정이다.

영남대는 중국인 유학생 705명 가운데 입국을 앞둔 476명에게 늦어도 이달 말까지 기숙사에 입소하라고 요청했다.

대학 측은 2∼4명씩 들어가는 1천200여실 가운데 496실에 개별 화장실이 있어 1실 1명 격리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중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항공편이 크게 줄어든 데다 현지 비자 발급 지연 등으로 입국 일정을 파악해 세부 대책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개별로 학교까지 찾아온다면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을 누가 책임지는지 알 수 없고, 격리한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고 싶다'고 하면 이를 제지할 권한도 없다"며 막막한 심경을 토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