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이자도 내지 못할 정도로 부실화한 영등포뉴타운지하상가 사업을 서울시가 세금으로 처리하려다 시의회의 반대로 무산됐다.

서울시는 사업자가 내야 하는 공사비 등을 대신 부담하겠다며 49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지만 시의회는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서울시는 지난 8년간 영등포뉴타운지하상가의 부실 운영을 방치해오다 세금으로 손쉽게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영등포뉴타운지하상가 사업은 1단계(영등포사거리 일대)와 2단계(영등포사거리~지하철 5호선 영등포시장역)로 나뉘어 2003년부터 추진됐으나 파행이 거듭됐다.

2011년 완공된 1단계 구간만 사업시행자가 나타났고, 2단계 구간은 사업시행인가도 나지 않았다. 1단계 사업 운영도 순조롭지 못했다. 1단계 구간의 공실률은 29%(120개 가운데 35개)에 달한다. 정상적으로 임대가 이뤄진 곳은 51곳으로 전체의 절반도 안 된다. 나머지는 보증금 없이 월세만 받고 있다.

사업시행자는 대출을 받아 공사를 하고 공사대금은 임차보증금을 받아 갚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일이 뒤틀리면서 공사비 원금과 지연이자 490억원은 물론 세입자로부터 받은 200억여원의 임차인 보증금마저 갚을 수 없는 상황을 맞았다. 결국 서울시는 사업시행자와 계약을 파기한 뒤 채권자들에게 돈을 대신 갚겠다고 나섰다. 서울시는 사실상 사업시행자의 지급 보증을 해주고 있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채권자들과 협상하고 있어 앞으로 영등포뉴타운지하상가 사업 방향을 정확히 얘기하기 어렵다”며 “27일까지 진행되는 예산결산위원회에서 관련 예산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