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소해도 웃지 못한 론스타
280억 얻지만 이자 200억 놓쳐
김앤장의 '대역전' 광장의 '집요한 실리' 명승부
고법 재판만 3번째
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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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계 사모펀드(PEF) 론스타와 한국 예금보험공사의 자회사 KR&C(옛 정리금융공사)가 10여년간 벌여온 수백억원대 사업비 분쟁이 마무리 국면에 들어섰다. 1심과 2심에서 패소했던 론스타는 대법원까지 올라간 끝에 반전의 실마리를 잡았지만 200억원 상당으로 추정되는 이자(지연손해금)는 포기를 해야하는 처지가 됐다. 한국 외환위기의 뒷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은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광장간의 자존심 싸움으로까지 번지며 화제를 모았다.
지난 13일 서울고등법원에서는 론스타와 KR&C간 세 번째 재판의 첫 변론이 열렸다. 부산화물터미널 매각 무산과 관련한 분쟁에서 론스타의 세금 환급이 KR&C측 배상금에 어떻게 적용돼야 하는 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번 사건은 1심과 2심 판결 이후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다시 2심을 진행했지만 대법원이 이마저도 파기환송 판결을 내리면서 서울고법에서만 세 번째 재판이 시작됐다.

론스타는 2009년 KR&C를 상대로 국제중재를 신청해 유리한 결정을 이끌어냈지만 KR&C가 승복하지 않으면서 2012년부터 국내 법원에서 정식 소송이 진행됐다. 법조계에서는 서울고법이 이르면 8월쯤 최종 선고를 내릴 것으로 예상하면서 소송의 마침표가 찍힐 것으로 예상한다.

‘10년 소송전’은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예보가 부실채권을 처리하기위해 만든 KR&C는 론스타와 당시 50%씩 출자해 합작사(LSF-KDIC)를 세우고 부산화물터미널 채권을 매입했다. 합작사는 2002년 이후 1000억원 정도를 받고 제 3자에 땅을 팔아 일부 투자금을 회수했다. 매수자에게는 부산화물터미널 부지에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용도변경을 해주겠다는 조건을 달아줬다. 부산화물터미널은 입지가 좋아 ‘금싸라기 땅’이라는 평가를 받는 곳이었다.

하지만 부산시가 주거지 용도변경을 허가하지 않았다.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먹튀(먹고 튄다)’라는 비난을 받을 때였다. 주거지로 용도변경이 무산되자 합작사는 매각대금을 토해내야했다. 론스타는 500억원을 냈지만 KR&C는 그러지 않았다. 론스타가 KR&C 대신 대출을 받아 매수자에게 물어줬다.

론스타가 국제상업회의소(ICC)에 KR&C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중재에서 ICC는 론스타의 손을 들어줬다. ICC는 KR&C에 “론스타에 부지 처리비용의 50%인 3260만달러(약 386억원)와 변호사비용 30억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일반적으로 국제중재는 뉴욕협약에 따라 전세계 156개국에서 법원의 최종 판결과 같은 효과를 갖게 된다. 하지만 KR&C는 ICC 중재를 거부했고 양측은 결국 소송전에 나섰다. 소송은 장기간 이뤄졌다. 2012년 1심, 2013년 2심, 2015년 대법원서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 2016년 대법원 상고, 2018년 대법원 두번째 파기환송 등을 거쳤다. 1심과 2심에선 KR&C가 이겼다. 당시 계약이 중재 범위를 벗어나 중재 효력이 없고 국내 법을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대법원에선 “계약상 중재 효력이 있다”며 론스타 손을 들어줬다. 다만 론스타가 받기로 한 약 386억원 가운데 세금 소송 승소로 환급받은 약 100억원은 빼고 돌려받으라고 했다. 또 론스타가 청구한 약 386억원에 대한 이자(약 200억원 추정)도 국내 법에 근거가 없다며 받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법조계에서는 대리인인 김앤장과 광장이 서로 한방씩 주고 받은 ‘장군멍군 소송’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앤장은 론스타를 대리해 대법원에서 론스타가 KR&C 대신 낸 돈(약 386억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지만 이자를 포기해야 했다. KR&C를 대리한 광장은 대법원에서 패소했지만 이자 부분에서 추가 지출을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남은 심리에서는 세금 환급에 따른 사업비 정산 변동치(15억원)를 놓고 마지막 법리다툼을 벌일 예정이다. 론스타는 김앤장의 윤병철 변호사(사법연수원 16기)가, KR&C는 광장의 임성우 변호사(18기)가 대리를 맡아왔다.

두 변호사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임성우 변호사)과 재무적 투자자(FI) 컨소시엄(윤병철 변호사)이 벌이는 2조원대 분쟁에서도 맞붙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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