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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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가 터진 지 20년이 넘었잖아요. 정부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부동산을 서둘러 팔아야 하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이렇게 비밀리에 매물로 나온 거고….”

사업가 A씨는 최근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 국내 자산처리 총괄회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B씨로부터 “알짜 부동산 지분을 싼값에 확보할 기회가 있다”는 제안을 받았다. B씨가 내민 부동산 목록엔 강남파이낸스센터, 포스코센터 등 서울 시내 유명 빌딩 35개가 적혀 있었다. B씨는 “내가 이 부동산의 독점 매각권을 갖고 있다”며 “착수금으로 3%만 입금하고 얼른 매입하라”고 권했다.

그의 명함만큼이나 황당했던 B씨의 제안은 신종 사기수법의 하나다. 예금보험공사는 9일 “공적자금 회수물건을 사칭해 부동산 매입을 권유하는 허위 광고가 늘고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에도 비슷한 유형의 허위 글이 다수 발견되고 있다. 매물에 대한 구체적 설명 없이 휴대폰이나 사무실 전화번호만 남기는 식이다. 공적자금과 아무 관련 없는 토지를 ‘공적자금 회수물건’으로 홍보하고, 50억원짜리 자기앞수표를 지참할 것을 요구한 사례도 있다.

예보는 부실 금융회사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자산을 꾸준히 처분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반드시 ‘공매’를 통해서만 처리한다고 강조했다. 이제경 예보 회수총괄부장은 “공매 이외의 다른 경로로 매각하거나 매입을 권유하는 일은 없다”며 “사기행각을 벌이는 법인이나 개인을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고발 조치하는 등 단호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