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8일 저녁. 검찰 수사관들이 삼성전자 수원 본사에 들이닥쳤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미국 소송비 대납 의혹 관련 압수수색이었다. ‘별건 수사’의 시작이었다. 검찰의 노조 탄압 수사는 이후 6개월간 11차례 압수수색이라는 기록을 남기며 거침없이 이뤄졌다.

최근 삼성전자 임직원 사이에서 검찰의 별건 수사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별건 수사는 검찰이 본류인 사건 수사에서 증거 확보와 혐의 입증이 어려울 경우 다른 사건 수사를 통해 본류 사건 관련자를 압박하는 오래된 수법이다. 법조계에선 ‘없어져야 할 구태’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관련 수사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검찰은 본류인 분식회계 여부를 가리는 데 주력하지 않고 있다. ‘증거 인멸’ 등의 혐의로 삼성전자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 관계자를 줄소환하고 구속하는 데 몰두한다.

최근 불거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사기 대출’ 의혹도 마찬가지다. 분식회계 이슈를 사기 대출로 연결한 것에 대해선 금융권에서도 비판이 나올 정도다. 대출 실행 땐 재무제표뿐만 아니라 상환능력 등 다른 요소도 많이 감안하기 때문에 ‘사기’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게 은행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경제계에선 검찰의 무차별적인 수사 확대 때문에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이어가는 게 쉽지 않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경제계 관계자는 “검찰이 유독 대기업 관련 사건에 대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강하게 압박하는 것 같다”며 “성과를 내기 위해 이뤄지는 별건 수사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