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형 간염 예방 손씻기만으로는 부족해…화장실 이용후 변기뚜껑 닫고 물 내려야

올해 A형 간염 환자가 4998명으로 5000명에 육박했다. 대전 세종 등 충청도 지역을 중심으로 A형 간염 감염환자가 늘면서다. 매주 300~400명씩 새 환자가 생겨 1만5000여 명이 감염됐던 2009년 이후 10년 만에 대규모 유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신상엽 KMI한국의학연구소 학술위원회 위원장(감염내과 전문의·사진)은 “A형 간염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백신 접종”이라며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개인위생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A형 간염 바이러스는 사람의 간에 침투해 기생하는 바이러스다. 대개 사람의 손을 거쳐 입을 통해 소화기계로 들어간 뒤 간세포까지 이동한다. 소화기로 들어가기 때문에 대변을 통해 배출된다. 오염된 손에 있는 A형 간염 바이러스는 손을 씻으면 잘 제거된다. 하지만 화장실을 사용한 뒤 손만 잘 씻는다고 A형 간염을 예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다른 경로로도 전파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변에는 100종류 넘는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이 있다. A형 간염 바이러스도 환자 대변에서 많이 발견된다. 몇 년 전 해외에서 대변을 통해 세균과 바이러스 등이 전파되는 것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대변을 본 뒤 변기 뚜껑을 덮고 물을 내리면 변기 밖으로 퍼져나가는 병원체를 차단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신 위원장은 “변기 뚜껑을 덮지 않고 물을 내릴 때 대변에 있던 세균과 바이러스 등 병원체가 변기 밖으로 나온다”며 “사람 손이 닿는 문과 화장지는 물론 화장실 천장, 변기 뒤쪽 물탱크, 화장실 바닥까지 화장실 전체를 오염시킨다”고 했다.

대소변을 본 뒤 변기 뚜껑을 열고 물을 내리면 병원체에 오염된 물방울이 6m 이상 날아간다. 화장실 안에 있는 칫솔과 세면도구까지 세균, 바이러스 등 병원체에 오염될 위험이 있다. 화장실 문이 열려 있다면 집이나 사무실 전체가 오염될 가능성도 높다. 신 위원장은 “변기 뚜껑을 덮고 물을 내리는 것은 본인의 위생은 물론 화장실을 사용하게 될 모든 사람의 위생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회식자리 술잔 돌리기와 여러 명이 한 찌개에 숟가락을 넣고 먹는 행동 등으로 A형 간염이 퍼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이는 A형 간염 감염 위험을 높이는 행동은 아니다. 신 위원장은 “A형 간염 바이러스는 잠시 타액을 오염시킬 수는 있지만 타액으로 배출되진 않는다”며 “음식에 다른 사람의 타액이 섞이면 위생상 문제는 있지만 A형 간염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A형 간염 감염 위험을 가장 높이는 행동은 환자와 같이 화장실을 공유하는 것이다. A형 간염이 화장실을 공유하는 가정과 회사에서 잘 전파되는 이유다. 따라서 A형 간염을 예방하려면 반드시 변기 뚜껑을 덮고 물을 내려야 한다. 대소변을 볼 때 변기 뚜껑 내부가 몸이나 옷에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일회용 변기 커버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된다. 화장실에서 대소변을 본 뒤 손을 씻어야 한다. 이런 화장실 사용법은 다른 수인성 감염병 및 식품매개 감염병을 예방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A형 간염의 잠복기는 평균 4주(15~50일)다. 2주 정도 기간에 대변을 통해 바이러스가 배출된다. 증상이 없더라도 환자가 2주 동안 화장실을 다니면 이곳이 모두 A형 간염 바이러스로 오염되는 셈이다. 환자를 격리해 A형 간염이 퍼지는 것을 막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신 위원장은 “A형 간염이 만성화되지는 않지만 환자 절반 이상은 수주간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며 “전체의 1%는 간 이식을 받아야 하거나 사망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절대 만만한 감염병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 또는 회사 동료가 A형 간염에 걸렸더라도 환자 접촉 후 2주까지는 백신을 맞으면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전문의와 상의 후 접종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