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동료들이 자신을 험담하는 ‘물증’을 잡기 위해 대화 내용을 몰래 녹음한 여성이 2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부장판사 김형두)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1심과 같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7년 5월 녹음 기능을 켜둔 MP3 플레이어를 파우치 안에 숨긴 뒤 근무 장소에 놓고 외출해 동료들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통신비밀보호법 14조에는 ‘누구든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수사기관에 따르면 동료들이 자신을 험담하며 따돌린다고 의심한 A씨는 증거를 확보해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재판에서 “MP3가 들어있는 파우치를 깜빡 잊고 두고 나갔을 뿐 대화를 녹음한 게 아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1심은 직장 내 폐쇄회로TV(CCTV)에 찍힌 A씨의 수상쩍은 행동 등을 토대로 유죄를 인정했다. A씨는 유죄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 역시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보장이 강조되는 사회적 상황에 비춰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