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항암제 '글리벡' 내성 원인 찾았다
국내 연구팀이 혈액암 표적항암제인 글리벡(성분명 이매티닙)의 약물 내성을 일으키는 새 유전자를 찾았다.

김동욱 가톨릭혈액병원 교수, 김홍태 울산과학기술원 교수, 이주용 충남대 교수팀은 글리벡의 내성을 조절하는 GCA 유전자를 발견했다고 26일 발표했다. 백혈병은 뼛속 골수에서 혈액을 만드는 조혈모세포에 암이 생기는 질환이다. 진행 속도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나뉜다. 세포 종류에 따라 림프구성과 골수성으로 분류한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은 진행 속도가 비교적 느리면서 골수성 세포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전체 백혈병의 15% 정도를 차지하고 30~60세 성인에게 주로 생긴다.

환자 대부분은 뚜렷한 증상이 없어 건강검진 혈액검사 등을 통해 우연히 발견하는 일이 많다. 피로감, 체중 감소, 소화불량 등의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진단받기도 한다. 병이 진행되면 심한 체중 감소, 골관절 통증, 출혈, 감염 등을 호소한다.

2000년대 이전에는 만성 골수성 백혈병을 치료하려면 골수이식 수술을 해야 했다. 하지만 표적항암제인 글리벡이 나오면서 치료 환경이 바뀌었다. 2001년 국내에 도입된 글리벡은 혈액암 세포에서만 나오는 특정한 표적을 공격해 부작용을 줄이고 치료 효과는 높인 표적항암제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는 하루 한 번 약을 먹으면서도 완치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글리벡도 만능은 아니다. 약에 대한 내성이 생겨 약효가 떨어지면 암세포가 증식해 1년 안에 사망할 위험이 높아진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의 10%는 글리벡에 내성을 갖고 있어 처음부터 치료에 활용할 수 없는 1차 내성 환자다. 20% 정도는 처음에는 치료가 잘되다가 점차 내성이 생기는 2차 내성(재발) 환자다. 전체 만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의 30% 정도는 글리벡을 활용해도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셈이다.

연구팀은 백혈병에 걸린 쥐 실험을 통해 GCA 유전자 발현이 늘면 암 세포가 죽지 않고 계속 살아 내성이 유지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일반적인 만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가 글리벡을 복용하면 암세포가 깨지고 노폐물이 쌓여 세포가 죽지만 GCA 유전자가 이 같은 노폐물을 먹어 암세포가 죽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홍태 교수는 “이번 연구로 GCA 유전자가 가진 저항성 유도 성질을 밝힐 수 있었다”며 “GCA 유전자가 만성 백혈병에 치료제로 기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했다.

김동욱 교수는 “글리벡 덕분에 그동안 백혈병은 중증 질환이 아니라고 인식될 정도로 표적 치료 효과가 높았지만 환자 10명 중 3명은 약이 듣지 않았다”며 “이번 연구로 글리벡 내성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규명해 새 진단법과 치료법 개발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했다. 그는 “만성 골수성 백혈병이 있는 모든 환자에게 1차 치료법은 글리벡 등 표적항암제를 이용한 약물요법”이라며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평가·치료 조언을 환자 스스로 성실하게 잘 따라 정확한 용량의 약물을 정확한 시간에 빠짐없이 복용하고 지속적인 반응 평가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기초과학연구원, 한국백혈병은행, 대웅제약의 지원을 받아 이뤄진 이번 연구 결과는 의학과 세포 생물학 분야 세계 최고 학술지인 ‘오토파지’ 3월 30일자에 실렸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