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다친 뒤 3주 지나도 두통에 시달린다면 '만성경막하혈종' 의심
봄철엔 두통환자가 늘어난다. 알레르기 비염, 감기, 독감 등 두통을 일으키는 각종 질환이 많아지는 탓이다. 환절기에는 뇌혈관 질환도 증가한다. 두통의 원인과 증상, 치료법을 알아봤다.

소음 등에 민감해지면 편두통

편두통은 흔한 두통 증상 중 하나다. 심장이 뛰는 것처럼 한쪽 머리가 반복적으로 울리는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 머리가 욱신거린다거나 쿵쿵거리면서 아프다며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다. 이은재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통증 강도는 다양하지만 일상생활을 저해할 정도로 심한 환자가 많다”며 “짧으면 몇 시간부터 길면 3일 정도 통증이 지속된다”고 했다.

두통 때문에 소화불량, 구토 증상 등이 생기기도 한다. 두통이 있는 쪽의 눈이 아프거나 충혈되는 일도 있다. 편두통 환자는 머리를 흔들면 두통이 심해지기 때문에 움직이는 것을 싫어한다. 밝은 빛, 소음, 냄새에 예민해진다. 이 때문에 편두통 경험이 많은 환자는 두통이 올 듯하면 조용하고 어두운 곳을 찾아 쉬려는 경향이 있다. 신경학적 이상도 함께 나타난다. 가장 흔한 것이 시야 장애다. 머리가 아플 땐 한쪽 눈이 어두워지거나 사물이 일그러져 보이기도 하고 밝은 반점이 떠다니는 게 보여 안과를 찾기도 한다. 심한 어지럼증, 감각 장애, 마비 증상도 호소한다.

가벼운 편두통이라면 진통제를 먹고 일정 시간 휴식을 취하면 바로 증상이 나아진다. 구토 증상이 있을 정도로 두통이 심하면 진통제는 거의 효과가 없다. 의사를 찾아 진단을 받고 편두통에 잘 듣는 약을 따로 처방받아 복용하는 것이 좋다. 편두통 약은 증상을 예방하는 약과 통증을 줄여주는 약으로 나뉜다. 심한 두통이 한 달에 두 번 이상 생기거나 두통 발생 빈도가 높아 주기적으로 진통제를 복용한다면 예방하는 약을 먹는 것이 좋다.

스트레스로 뒷머리 묵직? 긴장성 두통

한쪽이 아니라 머리 전체가 아프다면 긴장성 두통일 가능성이 높다. 주변 환경이 바뀌고 이사를 하거나 회사에 들어가는 등 변화가 생겨 긴장 상태가 되면 근육이 수축하고 뻣뻣해진다. 근육통증과 함께 두통이 생기기 쉽다. 긴장성 두통이 생기면 뒷머리가 묵직하다거나 콕콕 쑤시는 증상을 호소한다. 머리 전체가 멍하게 아프거나 머리 여기저기 번갈아가며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편두통 환자는 오심 구토 안구통증 등을 많이 호소하지만 긴장성 두통 환자는 이들 증상을 거의 호소하지 않는다. 다만 한 번 두통이 시작되면 여러 날 이상 증상이 지속되는 환자가 많다. 이 교수는 “긴장성 두통을 예방하려면 강한 스트레스를 슬기롭게 관리해야 한다”며 “스트레스에 지나치게 민감한 성격, 불면증, 우울증처럼 긴장성 두통을 악화시키는 요인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두통 요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긴장성 두통이 반복된다. 이 때문에 진통제를 남용하는 환자도 많다. 두통이 생긴 뒤에는 통증 억제 약물을 복용하면 도움이 된다. 목이나 뼈의 근육을 잘 풀어주는 것도 좋다.

발음장애 생기면 뇌졸중 의심

계속 복용하던 진통제가 두통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약물남용성 두통이다. 진통제를 장기간 습관처럼 복용하는 중년 여성들에게 많다. 이들은 두통이 없어도 진통제를 복용하지 않으면 불안감을 호소한다. 진통제를 끊으면 심한 두통을 느낀다. 진통제를 오랫동안 복용해온 편두통 환자나 긴장성 두통 환자 중에 이런 약물남용성 두통 환자가 많다. 진통제에 있는 카페인 성분이 약물에 점차 의존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두통약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비처방 진통제 상당수가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다”며 “두통이 자주 재발해 진통제를 늘 복용하는 사람이라면 의사의 정확한 진단 후 치료받아야 한다”고 했다.

중증 뇌질환 신호로 두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평소 두통이 없던 사람이 갑자기 극심한 두통을 호소하면서 팔다리가 마비되고 발음이 어눌해지면 뇌졸중을 의심해야 한다. 뒷머리가 아프면 많은 사람들이 고혈압이나 뇌졸중 증상을 의심하지만 이들 질환 때문에 두통 증상만 생기는 환자는 많지 않다. 마비 등의 증상이 없으면서 갑자기 두통만 호소한다면 뇌졸중일 가능성은 낮다. 다른 증상이 없다면 뇌출혈처럼 특정한 질환 때문에 두통이 생겼을 가능성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마비 증상이 생겨 말이 어눌해지거나, 손발을 쓰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거나, 걸을 때 휘청거리면 뇌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다. 눈이 잘 안 보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바로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외상 후 혈종 때문에 두통 호소하기도

머리를 다친 뒤 3주 넘게 두통 증상을 호소한다면 만성 경막하 혈종일 가능성이 있다. 뇌와 척수를 둘러싼 세 겹의 막 중 가장 바깥 쪽에 있는 막이 경막이다. 이 경막과 뇌 사이에 혈액이 뭉쳐 고인 것을 말한다. 대부분 넘어지거나 머리를 다치는 외상 때문에 생긴다.

하지만 환자 절반 정도는 머리를 다쳤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술에 취해 넘어진 뒤 넘어졌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가볍게 부딪히고 넘어가 스스로 다쳤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만성 알코올 중독자, 뇌전증 환자, 노년층에게 많다. 초기에는 지속적인 두통, 구토 증상을 호소한다. 한쪽만 약하게 마비되거나 언어장애가 생기기도 한다. 고령층은 정신 착란, 기억력 장애도 호소한다. 이 때문에 치매로 오인하기도 한다. 머리뼈 속 압력이 올라가 뇌 조직 일부가 밀려나는 뇌탈출이 진행되면 의식장애가 생기거나 심한 마비를 호소한다.

머리 다친 뒤 3주 지나도 두통에 시달린다면 '만성경막하혈종' 의심
고인 혈액 덩어리가 크지 않다면 저절로 낫기도 한다. 하지만 뭉쳐 고인 혈종 양이 많고 이 때문에 뇌가 많이 눌렸다면 바로 수술받아야 한다. 동전 정도 크기로 두개골을 뚫어 실리콘 관을 뇌와 경막 사이에 넣은 뒤 혈종을 빼내는 수술이다. 강창우 유성선병원 뇌졸중센터 신경외과장은 “이 수술은 비교적 간단하고 별다른 합병증 없이 끝나는 환자가 많다”면서도 “재발률이 2~18%이기 때문에 수술 후 정기적으로 뇌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해 재발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머리를 다친 뒤 바로 찍은 CT 검사에서는 이상이 없었더라도 한두 달 뒤 만성 경막하 혈종이 생길 수도 있다. 넘어지거나 머리를 다친 뒤 두통 마비 등의 증상이 있으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bluesky@hankyung.com

도움말=이은재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강창우 유성선병원 뇌졸중센터 신경외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