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 태평양 대표변호사
김성진 태평양 대표변호사
김성진 법무법인 태평양 대표변호사(사진·사법연수원 15기)는 “‘원(one) bkl(태평양의 영어 이름)’ 체제로 복합적 어려움을 겪는 기업 고객들에게 종합 서비스를 제공할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김성진 대표는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업 사건은 한 번 터지면 회사의 총체적 위기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며 “예컨대 공정거래 사건이 발생하면 형사, 노동, 조세 사건까지 연관되는 식으로 종합적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임기 5년차인 김 대표가 경영 철학으로 ‘전문화’를 넘어서 ‘단일화’를 내세우는 이유다. 태평양은 지난 수년 간 내부에 25개 이상으로 나눠져 있던 전문팀들을 10개 내외로 통합하고, 더 크게는 자문(규제)과 송무(분쟁해결) 두 개의 조직으로 묶어 각 분야 전문가들의 협업을 장려해 왔다. 자문 총괄대표인 서동우 변호사(16기)와 송무 총괄대표인 송우철 변호사(16기)가 중요 사건들을 직접 챙기는 점도 ‘퀄리티 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부분이다.

김 대표 취임 후 첫해에 태평양은 매출액 20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 최초로 3000억원을 넘겼다. 매출액 기준 국내 대형 로펌 중 2위다. 김 대표는 “2위에 만족하지 않는다”며 “더 위로 치고 올라가기 위해 기존의 강점이었던 인수합병(M&A)팀 규모를 올해 초 거의 두배로 늘렸다”고 밝혔다. 태평양은 올해 1분기 총 7건(4조5145억원 규모)의 대형 M&A를 자문하며 로펌 리그테이블 실적 1위를 기록했다. 국제중재 분야에서도 전문지인 글로벌중재리뷰(GAR)가 발표하는 세계 국제중재 로펌 순위에서 국내는 물론 아시아 로펌으로서 유일하게 세계 상위 4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2년 연속이다. 김 대표는 “실력 면에서 한국을 넘어 아시아 최고의 로펌이 되는 게 장기적 목표”라고 덧붙였다.

태평양은 스스로의 방향성을 ‘프런티어십(개척 정신)’으로 요약했다. 김 대표는 “30년 전 설립 당시 로펌 업계 후발주자로 출발해 자리를 잡기 위해서 남들이 안하는 분야를 가장 먼저 하자는 마음으로 뛰어들었다”며 “일본, 중국 북경 등 해외 분사무소도 태평양이 가장 먼저 진출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태평양은 중국 북경·상해, 베트남 하노이·호치민, 미얀마, 홍콩, 두바이, 인도네시아 등 총 8개의 해외 분사무소를 두고 있다. 정보기술(IT)기업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이 밀집한 판교신도시에 처음으로 진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대표는 태평양의 미래 먹거리로 ‘송무’와 ‘글로벌’을 꼽았다. 앞으로 자문 못지 않게 송무의 비중을 꾸준히 늘려 기업들이 분쟁이 터졌을 때 태평양을 가장 먼저 찾도록 만들겠다는 목표다. 김 대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형사사건을 비롯해 역대 중요한 민·형사 소송 변호인 명단엔 거의 태평양이 있다”며 “분쟁에 휘말려 기업이 휘청일 때 든든한 방패막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전직 대법관과 법원장,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들로 구성된 송무지원단은 개별 사건을 맡은 변호사들에게 전략과 해법을 제시하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송무를 강화하면서 더불어 중국을 기반으로 다국적 기업 클라이언트를 늘려가겠다는 전략도 갖고 있다. 김 대표는 “현재 중국의 부동산 기업, 엔터테인먼트 기업 등의 국내 진출·투자 가운데 70% 정도는 태평양이 자문하고 있다”며 “중국의 성장과 함께 이를 발판 삼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도약한 IT 기업, 자동차기업 자문도 태평양이 맡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