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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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회 동의 없이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을 비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최근 노동계가 정부를 향해 “국내법 개정은 나중에 하더라도 ILO 핵심협약을 선(先)비준하라”고 요구한 데 대해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지난해 7월부터 9개월간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을 논의했지만 정부가 ‘선비준 불가’ 입장을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대환 고용노동부 국제협력관은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조약 비준권을 갖고 있지만 국내법과 상충돼 입법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선 국회 동의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ILO 핵심협약은 대통령 재가만으로 비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경사노위에서 ILO 핵심협약 관련 합의가 무산된 이후 노동계는 정부를 향해 ‘선비준 후입법’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도 지난 4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먼저 비준하고 국내법을 정비해도 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러나 고용부는 이 같은 주장에 “정부가 법 개정에 앞서 국회에 비준 동의안을 제출할 순 있으나 최종적으로는 국회 동의가 있어야 비준이 가능하다”며 “정부의 비준 동의안 제출만으로 조약 비준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고용부의 이날 발표를 두고 ‘정부의 ILO 핵심협약 비준 로드맵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6월 열리는 ILO 100주년 총회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을 전제로 그 전에 비준을 마무리짓기 위해 대화를 재촉해왔다. 김 국장은 “헌법 절차를 고려할 때 (ILO 협약 비준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안전한 방법으로 가는 게 맞다”고 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