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린의 홍명종(왼쪽부터) 전진우 구태언 변호사, 임진석 대표변호사, 김용갑 김종식 변호사. /박종서 기자
법무법인 린의 홍명종(왼쪽부터) 전진우 구태언 변호사, 임진석 대표변호사, 김용갑 김종식 변호사. /박종서 기자
“우리 로펌에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출신이 11명으로 중소형 법무법인 중 가장 많습니다. 이 덕분에 일류 로펌이 자랑하는 팀워크 문화를 작은 로펌의 최대 강점인 유연성, 민첩성과 접목할 수 있었어요. 사건 특성에 맞게 팀을 꾸린 변호사들이 고객사의 실무진에서부터 대표이사까지 참여하는 ‘단톡방’을 만들어놓고 실시간으로 자문 서비스를 해주는데 의뢰인들이 굉장히 만족스러워합니다.”

임진석 법무법인 린 대표변호사(53·사법연수원 20기)는 24일 변호사 8명으로 시작한 로펌을 2년 만에 32명의 변호사(미국 변호사 3명 포함)가 일하는 중형 로펌으로 키워낸 비결을 “적절한 가격에 대형 로펌 수준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임 변호사는 1994년 김앤장에 들어가 줄곧 24년을 일했다. 김앤장 금융팀에서 은행과 증권 관련 자문을 주로 하다가 2017년 12월에 로펌을 세워 독립했다. 린이라는 이름은 상상 속의 동물로 알려진 기린에서 따왔다. 김앤장에서 오랫동안 머문 까닭에 같은 직장에서 한솥밥을 먹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파트너 변호사 16명 가운데 7명, 미국 변호사 2명, 전문위원 2명 등이 김앤장 출신이다.

임 변호사는 “김앤장에서 나온 변호사들은 보통 잘 뭉치지 않고 일반 기업의 사내 변호사가 되거나 소형 부티크 펌을 세우는데 우리 생각은 달랐다”고 했다. 그는 “김앤장은 사건에 따라 최적의 전문가들로 그때그때 팀을 꾸리는 방법으로 시너지를 낸다”며 “같은 효과를 얻으려면 김앤장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운용 노하우를 갖춘 사람들이 서로 모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린이 전문인력(총 42명)을 20여 개 분야로 나누고 사건 특성에 맞춰 자유자재로 협업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 이유다. 린의 주력 업무는 기업 법무와 금융, 기업 인수합병(M&A), 지식재산권, 건설, 국제거래 등이다. 지금은 DGB금융지주의 하이자산운용과 하이투자선물의 매각자문 등을 맡고 있다. 임 변호사가 밝힌 린의 수임료는 대형 로펌의 70% 수준이다.

임 변호사는 여기에 속도를 더했다. 그는 “대형 로펌은 의사결정 절차가 복잡한 데다 정제된 답안을 마련하기 전까지는 의견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의뢰인들이 답답해 할 수 있다”며 “우리는 카카오톡을 통해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의뢰인의 궁금증이나 요구를 발 빠르게 처리한다”고 강조했다. 의뢰인들로부터 “일처리도 일처리지만 일단 빨라서 좋다”는 평가를 자주 듣는다는 게 임 변호사의 설명이다. 단톡방에는 사건과 관련된 변호사 등은 물론 의뢰기업의 담당자부터 사장까지도 참여한다.

린은 지난 1월 혁신기업전문 로펌인 테크앤로와 통합했다. 최근에는 소프트웨어기업 인텔리콘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딥러닝을 활용한 인공지능(AI) 기술로 각종 계약서 등의 허점을 자동으로 찾아주는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서다. 프로그램은 인텔리콘이 만들고 린은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는다.

임 변호사는 지금 속도라면 2~3년 안에는 변호사 수가 100명 정도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린은 파트너 변호사가 언제 되느냐와 상관없이 동등한 지위를 부여하는 데다 우리가 구축한 법률서비스 시스템에 매력을 느끼는 변호사도 많아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