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자기소개서 질문이 구체적으로 바뀌고 있다. ‘직무 역량중심의 채용’을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소프트웨어(SW)개발직군 지원자를 대상으로 ‘프로그램 개발, 알고리즘 풀이 등 SW개발 관련 경험 중 어려웠던 경험과 해결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서술하라’고 질문을 했다. 현대자동차는 올 상반기 경영지원 직무를 뽑으면서 최근 이슈가 된 ‘주52시간제·최저임금·통상임금 3가지 주제에 대해 현대차가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자소서 문항과 관련해 육동인 바른채용진흥원장은 “자소서를 잘 쓰기 위해선 지원하는 산업·기업 그리고 직무에 대한 공부가 우선돼야 한다”며 “직무에 대해 이해가 있다면 자신의 경험을 어떻게 연결해 쓸지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합격하는 자소서는 뭐가 다를까? '집중탐구'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부터 ‘직무역량’을 묻는 자소서 항목을 추가했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 DS부문은 ‘지원직무에 대해 본인이 이해한 내용을 서술하고, 본인이 해당 직무에 적합한 사유를 전공능력 측면에서 구체적으로 서술하시오’를 물었다. 삼성전자의 CE·IM 부문의 자소서는 좀 더 구체적이었다. 설계·개발 직군은 ‘지원직무 관련 프로젝트 과제 중 기술적으로 가장 어려웠던 과제와 해결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서술해 주시기 바랍니다’를 묻는가 하면, 생산기술직군은 ‘실험 과제의 효과성을 제고하기 위해 해당 과제를 기술적으로 개선한 경험에 대해 구체적으로 서술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물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본인의 전공능력이 지원한 직무에 적합한 사유를 구체적 사례를 들어 기술하시오’라고 묻기도 했다. 실무와 직무역량 소개를 통해 구직자가 갖춘 역량을 기업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를 보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채용직무도 세분화했다. 기존에는 ‘E(연구개발)/F(설비)/P(생산관리)/S(소프트웨어)/M(마케팅)’ 직군으로 선발했지만 지난해부터는 △반도체 설계 △공정개발 △생산관리 △설비기술 △인프라기술 △소프트웨어 개발 △회로개발 △기구개발 △재료개발 등으로 직무를 세분화해 지원자가 선택하도록 했다. 기업들이 실무 역량중심의 인재를 채용하는 이유는 신입사원의 빠른 전력화에 있다. 육 원장은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는 입사 후 바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실전형 신입사원’”이라며 “이 때문에 구직자들은 자소서 작성에 앞서 자신의 적성과 역량을 고려한 직무선택을 신중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태윤 기자/남민영 잡앤조이 기자 moonbl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