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외 유학생의 불법체류 등을 막기 위해 다음달부터 우선 베트남 학생을 대상으로 비자발급 재정 요건을 강화하기로 했다. 도입을 검토했던 한국어능력시험(TOPIK) 의무화는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22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베트남을 대상으로 어학연수생 비자(D-4) 강화 시범사업을 검토 중이다. 베트남인이 D-4 비자를 얻으려면 베트남 현지에 진출한 한국 은행에 1만달러(약 1124만원) 이상을 예치하고 등록금을 뺀 나머지 금액을 1학기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단독] 법무부, 외국인 유학생 TOPIK 의무화 방안 철회
기존에는 계좌에 1만달러 이상이 들어있는 것만 증명하면 됐다. 하지만 현지 브로커들이 이 돈을 어학연수생에게 ‘돌려막기’해주는 일이 많았다. 법무부는 우선 베트남 국적 어학연수생의 비자 발급 요건을 강화하고 다른 국가로 확대할 방침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D-4 비자로 들어와 국내에 불법체류하고 있는 인원은 1만2613명(10년 누계)에 달한다. 출신 국가별로는 베트남 8651명(68.5%), 중국 1574명(12.4%), 우즈베키스탄 858명(6.8%) 등이다.

법무부의 불법체류 해외유학생 대책은 당초 계획안보다 크게 물러선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 등록금 동결 등으로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매달리고 있는 대학들이 거세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법무부가 간담회에서 제시한 방안은 △베트남 중국 등 26개국 국적자 D-4 어학연수생은 TOPIK 2급 이상을 먼저 따야 입국 가능하도록 규정 △각 대학 어학연수생 정원을 신입생의 20% 이내로 제한 △학사는 TOPIK 3급, 석박사는 TOPIK 4급을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이었다.

이 같은 방안에 대부분 대학이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특히 어학연수생에게 TOPIK 2급을 의무화하는 것에 “한국어를 배우러 오는데 한국어자격증을 내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거세게 반발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대학들의 반대 의견을 반영했다”며 “해외에서도 어학연수생에게 사전에 어학자격증을 요구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