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 시민단체들이 ‘양심적 병역 거부’라는 용어 대신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병역 거부’라는 용어를 사용하겠다는 국방부 방침에 강하게 반발했다.

군인권센터, 민변,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는 6일 논평을 내고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병역 거부라는 용어는 병역 거부를 헌법상 기본권인 ‘양심의 자유’의 실현으로 명확히 규정한 헌법재판소 결정과 대법원 판결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지난 4일 “대체복무제 용어를 둘러싼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고 국민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양심, 신념 등과 같은 용어는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시민단체들은 또 “해당 용어는 종교적 이유가 아닌 병역 거부자가 존재한다는 현실을 애써 가리려는 의도를 반영한다”고 주장했다.

양심적 병역 거부란 용어에 대한 논란은 꾸준히 있었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양심’과 헌법상 ‘양심’의 의미가 달라 오해를 부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양심이란 착한 마음이나 올바른 생각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옳고 그른 것에 대한 판단을 추구하는 도덕적 마음가짐을 뜻한다”고 정의했다. 양심적 병역 거부를 허용하는 판결이 나온 이후 ‘군필자는 비양심적이냐’는 댓글이 대거 달리는 등 사회적 갈등이 커졌다.

병역 거부 사유 중 대부분이 특정 종교인 점도 영향을 미쳤다. 병무청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6년 10월까지 입영 집총 거부자 5532명 중 5495명(99%)이 ‘여호와의 증인’ 신도였다. 회사원 최모씨(29)는 “양심은 추상적 개념이라 모호한 데다 오용이 뒤따를 여지가 크다”며 “종교, 신앙 등 객관적 기준을 세워야 한다”며 국방부 방침에 동조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별다른 논의 없이 단어만 교체한다면 대체복무제를 둘러싼 갈등이 더 커질 것”이라며 “대체복무제를 형평성 있게 운영하는 동시에 용어 선정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장현주/이인혁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