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상·조재연
안철상·조재연
검찰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와 여당의 법관 탄핵 및 특별재판부 구성 압박 등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한 사법부의 행정을 책임져 온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사법연수원 15기·사진)이 취임 1년 만에 물러난다.

안 처장은 3일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몇 차례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사의를 밝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해도 바뀌고 새로운 구상에 따라 업무를 쇄신할 필요도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받아들여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처장은 작년 1월 임기 6년의 대법관으로 임명된 데 이어 전국 법원의 행정업무를 총괄하는 임기 2년의 법원행정처장 보직을 맡았다.

그는 “법관은 재판할 때 가장 평온하고 기쁘다. 재판에 복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해 대법관으로서 재판에 주력하고 싶다는 뜻을 나타냈다. 약 30년간 민사재판, 형사재판, 행정재판 등을 두루 경험한 그는 행정법과 민사집행법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사의를 밝힌 배경에 대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며 “지난 1년이 평상시의 2년보다 훨씬 길었다”고 말했다. 안 처장은 작년 한 해 법원을 대표해 국회 국정감사와 법제사법위원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출석, 여야 의원들의 사법부에 대한 공격을 혼자 방어해왔다. 여당은 사법농단에 연루된 법관에 대해 탄핵을 추진하고, 이들에 대한 영장 기각이 많다며 특별재판부 구성을 요구했다.

그는 검찰 수사 이후 격화된 사법부 조직 내부 갈등도 봉합해야 했다. 서울고법 한 부장판사는 “각종 현안말고도 판사 3000명, 법원 직원 1만5000여 명의 행정을 책임지는 법원행정처장의 임무는 보통 중노동이 아니다”고 말했다.

안 처장은 김 대법원장과의 갈등설에 대해선 “김 대법원장은 다양한 견해를 존중하고 경청하는 분으로 세부적 의견 차이를 갈등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며 일축했다. 안 처장은 법원 내 주류 세력으로 떠오른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나 우리법연구회 출신도 아니어서 특별한 정치색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학창시절부터 부회장을 맡는 등 리더십이 있고, 평소 온화한 성품으로 법조계 신망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 제도 개선, 인권 보장,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 등 사법부의 해묵은 과제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다. 이르면 4일 발표될 예정인 후임 처장은 조재연 대법관(12기)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