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을 꿈꾸는 고등학교 3학년생 김혜리 양(19)은 대입 정시모집 원서 접수에 앞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온라인 상담 게시판을 찾았다. 대학을 마치고 로스쿨에 가려는데 어떤 학교 어느 학과가 유리할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게시판 내용은 한결같았다. “비인기 학과라도 상관없어요. 무조건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강추합니다”라는 글이 줄을 이었다. 김양은 “출신 학과보다 대학 간판이 훨씬 중요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학과 선호도보다는 일단 명문대에 원서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공 불문, 명문대 가라"…고3생 로스쿨 상담 '후끈'
로스쿨 커뮤니티 ‘서로연’과 대입 커뮤니티 ‘수만휘’ 등에는 로스쿨 진학을 희망하는 대입 수험생의 입시 상담이 쏟아지고 있다. ‘사범대에 가면 로스쿨 합격이 어렵느냐’ ‘Y대 신학과와 H대 인기학과 가운데 로스쿨이 선호하는 곳은 어디냐’ 등 로스쿨 입시에 유리한 대입 전략을 묻는 내용이 상당수다. 댓글에는 ‘학교 간판’을 최우선하라는 조언이 대부분이다. 서울 소재 로스쿨에 다니는 한 학생은 “대형 로펌에 입사한 변호사 가운데 SKY 출신이 80%에 육박하다 보니 로스쿨 또한 명문대 출신 아니면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학점이나 법학적성시험(LEET·리트) 점수가 높아도 SKY 대학이 아니면 면접 등 정성평가에서 밀려 합격을 못하는 사례가 많다”고 덧붙였다.

로스쿨의 명문대 선호 현상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대 전체 로스쿨 입학생 1531명 가운데 1346명(87.9%)이 SKY 출신이었다. 고려대와 연세대 로스쿨도 입학생의 십중팔구가 SKY 대학을 나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로스쿨 합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반수(대학에 다니며 다른 대학 입학을 준비하는 것)’를 택하는 움직임도 많다. 서울의 한 로스쿨에 합격한 양모씨(25)는 “대입 합격점이나 사회적 선호도가 비슷한 대학이라도 로스쿨이 있는 학교, 특히 로스쿨이 모교 학부 출신을 많이 합격시켜주는 대학으로 옮기는 일이 꽤 있다”며 “요즘에는 이런 현상이 늘어나면서 ‘옆그레이드’란 말이 유행”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을 고를 때 로스쿨 입학 가능성을 따지는 학생이 많아지자 조선대는 기존 법학과와는 별도로 프리로스쿨학과를 전국 대학 최초로 개설했다. 로스쿨 진학에 필요한 리트와 면접 강좌 등을 집중적으로 제공해주는 학과다. 조선대는 호남권 로스쿨에 지역균형 인재선발 전형으로 입학이 가능하다는 점 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학생을 유치하고 있다.

서울의 한 로스쿨 교수는 “인문계 중심의 단과대를 중심으로 대학이 로스쿨 입학을 위해 거쳐야 하는 ‘학원’으로 전락하는 느낌”이라며 “좋은 학점을 받거나 리트 점수를 올리는 데 유리한 과목 위주로 수강 신청이 몰리는 모습을 보면서 씁쓸할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