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변호사 파업
한국의 로스쿨은 2009년에 생겼지만 정부 차원의 도입 결정은 1995년으로 거슬러간다. 김영삼 정부 때 요란했던 ‘세계화 추진 과제’의 하나였다. ‘법조개혁’이란 슬로건 아래 로스쿨 설립을 통한 변호사 확대를 시도한 것이었다. 율사(律士)그룹의 기득권을 깨 서민도 제대로 된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한다는 취지였다.

많은 대학이 ‘법과대학’을 없애고 로스쿨을 세우기까지 14년이 걸렸다. 예나 지금이나 변호사집단 밥그릇에 손대기는 국가적으로도 난제다. 회계사 세무사 변리사 등 여러 전문직이 어떻게 뭉쳐도 ‘변호사법’이 정한 업무영역은 좀체 뚫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국회의 ‘입법 갑질’이 되풀이될 때마다 “로비양성화법이라도 도입하자”는 주장이 연거푸 나왔지만 늘 그때뿐이었다. 여야 할 것 없이 국회에 포진한 법조출신 의원 비율을 보면 변호사법이 왜 난공불락인지 알 만하다.

그런 와중에 변호사업계도 많이 변했다. 지대추구(rent seeking) 집단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것도 소수의 ‘전관 변호사’에게나 해당될 것이다. 2010년 1만 명을 돌파했던 국내 변호사 수가 지난해 2만5000명이 됐다. 내년에는 3만 명이 된다니 ‘물량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 격언만은 아니다. 더구나 사시 변호사와 로스쿨 변호사 간 경쟁도 만만찮다. 고용시장에서 변호사 몸값은 거품이 빠진 수준을 넘어섰다. 법률 전문가도 구직이 다급한 시대다.

급기야 국내의 첫 변호사 노조가 파업을 예고했다고 한다(한경 1월1일자 A27면). 노조 출범 열 달 만에 파업에 나선 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들의 요구를 보면 전형적 노사쟁의다. 의사도 종종 총파업에 나서는 판이니 변호사들의 부분파업 정도는 놀랄 일도 못 된다. 놀랍기로 치면 연봉 1억원에 육박하는 국민은행 노조의 총파업 결의, 13조원 이상 투입된 공적자금으로 겨우 살아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노조 파업이 훨씬 더하다.

지금 헌법이 만들어진 이른바 ‘1987년 체제’ 이후 ‘파업의 일상화’는 한국적 전통이 됐다. 변호사 파업을 보면 이제 ‘무(無)파업 지대는 없다’고 해야 할 판이다. ‘노정(勞政) 유착’의 또 다른 여파일 것이다.

변호사 노조는 “비정규직(계약직) 채용은 안 된다”고 주장하지만, “매년 1000명 이상씩 쏟아지는데 변호사라는 이유만으로 정년과 고임금을 보장해줄 수는 없다”는 공단 측 반박에도 일리가 있다. 국제무대에서 뛰는 기업들을 따라 해외로라도 적극 진출하면 모를까, 법률시장만 커지기도 어렵다. 변호사업계만의 고충도 아니다. 저(低)성장·다(多)규제 사회의 냉정한 현실이요, 필연적 부작용이다.

그래도 법률 전문가들 파업인데, 블루칼라와는 뭔가 달라야 할 것이다. ‘파업전성시대’에 불법파업도 많기에 하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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