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 앱 불법영업 OUT!” “열사정신 계승, 여객법 개정하라!”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인 택시기사들은 ‘카풀 결사 반대’가 적힌 검은 띠를 두르고 “택시를 살려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카카오모빌리티의 차량 승차공유서비스(카풀)에 반대하기 위해 국회로 모였다. 주최 측 추산 12만명이 결집했다. 앞서 10월 1차 대회에는 7만명이, 지난달 2차 대회에는 4만명이 참여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4개 단체로 구성된 택시 카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날 ‘제3차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비대위는 결의문에서 “서민택시의 생존권을 말살하는 카카오 등의 카풀앱 영업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며 “정부가 철저한 단속과 규제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하며 국회가 조속히 관련 법을 개정하도록 총력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공유경제라는 이름으로 특정 기업의 배를 불리는 정책은 공유경제가 아니다”라며 “정부는 택시 기사의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해소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신표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우리가 얼마나 죽어야 대통령은 귀를 기울여 주나”고 토로했다.

지난 10일 분신 사망한 택시기사 최우기 씨에 대한 애도의 시간도 마련됐다. 주최 측은 꽃상여를 등장시키고 ‘살풀이 굿’을 벌이는 등 추모 행사를 진행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4시부터 마포대교를 건너 마포역 인근까지 행진했다. 이날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화 경찰관 20개조(60명)를 배치하고 117개 중대 9000여명의 경찰력을 투입했다.

2시간가량 행진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일부 흥분한 택시기사들이 고성을 지르는 등 마포대교 일대에 혼란이 빚어졌다. 택시기사들이 집회에 참가하지 않은 택시기사에게 “배신자 XX”라고 욕설을 내뱉고 주변을 둘러싸는 등 소동이 벌여지자 경찰이 이를 제지하기도 했다. 일부 술에 취한 집회 참가자들은 마포대교에서 한강 쪽으로 소변을 보는 추태도 벌였다.

전국 택시기사들은 이날 오전 4시부터 24시간 파업에 들어갔다. 서울시 등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 버스 운행을 증편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서울에서는 시위대의 행진이 퇴근 시간과 겹치면서 여의도 일대에서 극심한 교통 혼잡이 발생했다.

우려됐던 ‘교통 대란’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상당수 시민들은 출·퇴근길 불편을 호소했다. 70대 노인 최모씨는 “오늘 성남에서 서울로 올라왔는데 대중교통을 타고 어떻게 찾아가야할지 막막하다”고 걱정했다.

대규모 택시 집회가 잇따라 열렸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직장인 박모씨(28)는 “여전히 밤늦게까지 택시를 잡지 못해 불편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며 “승차거부, 불친절 등 택시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시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장현주/정의진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