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하고 EBRD 입사까지 10년 걸렸죠"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3년차 애널리스트 임우재 씨(38)는 최근 기획재정부가 주관한 ‘국제금융기구 채용설명회’에서 한국인 출신 선배 자격으로 특강을 했다. 임씨는 강연에서 “대학 졸업 후 국제금융기구에 들어가기까지 만 10년이 걸렸다”며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은 열망과 동기부여가 있었기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임씨는 서울대 대학원 재학 중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세계은행과 공동으로 주관한 국제세미나에 참가하면서 국제금융기구가 하는 일에 눈을 떴다. 졸업과 동시에 국내 정보기술(IT) 벤처기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IBM GBS, 베인&컴퍼니에서 전략컨설팅 업무를 담당했다. 글로벌 신용평가회사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스 경험도 쌓았다. 런던비즈니스스쿨에서 재무학 석사과정을 밟으면서 LNG캐피털이란 헤지펀드에서 애널리스트 생활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친 뒤 2015년 9월 EBRD에 애널리스트로 들어갔다.

이번 채용설명회에는 임씨 외에 세계은행 한국녹색성장신탁기금(WB KGGTF)에서 인턴으로 근무 중인 주보라 씨(24),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에서 5개월간 인턴생활을 한 박재범 씨(29)가 참석했다.

영어는 기본…학력·전문성 갖춰야

국제금융기구 진출을 위해선 탁월한 영어 의사소통 능력은 기본이다. 박씨는 듣고 말하는 능력 외에 읽고 쓰는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인턴이었지만 많을 땐 하루 5~6개 회의에 참석해 회의록을 작성하고, 수많은 자료를 읽고 제안서를 날마다 제출해야 했다”며 “시간 내에 결과 보고서를 제출하기 위해 밤을 새운 적도 많았다”고 했다.

국제기구 지원을 위해선 관련 분야 경력이나 석사 이상 학위가 필요하다. 자신이 가고 싶은 국제기구의 특징에 맞는 학위 취득과 경험에 집중해야 한다. 주씨는 대학에서 건설공학을 공부한 뒤 대학원에서 도시계획학을 전공했다. 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건설회사와 유엔 해비타트에서 일하면서 관련 분야의 깊이를 더했다.

박씨는 대학 졸업 후 미래에셋대우, 미국 로펌 등에서 인턴을 하면서 금융과 법률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임씨는 “EBRD 애널리스트는 최소 4년 이상의 경력이 있어야 면접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3000만유로 있다면 어디에 투자?”

국제기구의 인턴 채용 절차는 서류 검토와 1~2차례 면접으로 이뤄진다. 채용 분야에 따라서는 간단한 전문지식과 업무수행 능력을 평가하는 필기시험을 보는 곳도 있다. 면접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입사 후 일을 하기 위해서도 관련 분야 전문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필수다. 인턴 면접 땐 지원자의 국제기구 관심도를 물어본다. 박씨는 “관심 있는 국제개발 분야가 어디이고, 아프리카개발은행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지, 왜 AfDB에 지원했고, 국제금융기구의 역할은 무엇인지 등 기본적인 질문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EBRD 면접은 실무진·매니저·시니어 뱅커 등 세 차례 이뤄진다. 임씨는 “3000만유로가 있다면 어느 나라 어느 분야에 투자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3000만유로는 EBRD의 평균 투자액으로 지원자가 이에 대한 이해도가 있으면서 그에 맞는 투자섹터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질문이라고 했다. 재무제표를 보고 기업 가치평가 모델을 구하는 모델링 테스트도 있었다고 했다.

임씨는 “평소 투자분석 보고서 작성을 위해 블룸버그와 톰슨로이터 등이 시시각각 전하는 리서치 보고서를 확인하고, 각 증권사가 발간하는 산업·기업 분석서를 꾸준히 읽었던 것이 도움이 됐다”고 했다. 허장 기재부 개발금융국장은 “국제기구에 진출하려면 전문성과 의사소통 능력, 소명의식 등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