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청년들이 모인 자율방범대 ‘꾸러기 수비대’의 대원들이 순찰을 준비하고 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청년들이 모인 자율방범대 ‘꾸러기 수비대’의 대원들이 순찰을 준비하고 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손전등은 필요할 때만 켜 주세요. 오와 열 잘 맞춰서 갑시다. 출발!”

지난 6일 저녁 서울 관악구의 한 복지센터에서 순찰용 형광조끼를 입은 청년들이 경광봉(붉은색 발광봉)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4인1조로 구성된 청년들은 쉴 새 없이 거리를 누비며 길가에 쓰러진 취객을 챙기고 청소년을 선도했다. 관악구 청년들이 모인 자율방범대 ‘꾸러기 수비대’다.

꾸러기 수비대는 취업준비생, 청원경찰, 예술인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관악구 청년 10명으로 구성됐다. 방범대장을 맡고 있는 이용주 씨(26)는 “전국의 수많은 청년 자율방범대가 대부분 중장년층으로 이뤄진 것을 보고 20~30대로 구성된 ‘진짜’ 청년방범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꾸러기 수비대원들은 경북 대구, 전남 해남, 충남 천안 등 전국 각지에서 상경해 관악구에 자리잡은 청년들로 구성됐다. 신림동에서 예술인단체를 운영 중인 장화신 대원(26)은 “꾸러기 수비대 활동을 통해 돈독한 지역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악구가 범죄에 취약한 지역으로 꼽히는 것도 이들이 나선 배경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관악구는 2015년 기준 미혼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76%에 달한다. 고시촌 등 보안시설이 취약한 주거시설도 많다. 각종 범죄에 상대적으로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뜻이다. 청원경찰로 근무하는 노현호 대원(27)은 “관악구를 내 손으로 지키기 위해 꾸러기 수비대에 동참했다”고 했다.

꾸러기 수비대는 매주 수요일 2시간가량 방범활동을 한다. 신림동 유흥가, 고시촌 등 관악구 전 지역이 대상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요청이 들어오면 응급환자나 취객을 돌보는 등 맞춤형 방범활동을 벌인다. 깨진 보도블록이나 꺼진 가로등을 발견해 구청에 신고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여성들을 위한 안심 귀가서비스와 청소년 선도활동도 하고 있다.

왕성한 활동으로 지역에서는 이미 유명해졌다. 모임 장소와 식사를 제공하겠다는 지역 상인도 여럿 생겨났다. 김한영 행복마을마더센터맘카페 대표는 “지역사회를 위해 발로 뛰는 청년들이 대견하다”며 “출발 전 몸을 녹일 수 있도록 작은 공간이라도 지원해줄 수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전국 단위 청년 자율방범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게 꾸러기 수비대의 최종 목표다. 이씨는 “방범활동을 하는 청년들이 교류할 수 있는 전국구 네트워크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