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단과대 학장들이 내년부터 시행될 고등교육법 개정안(강사법)에 대해 대학 교육의 질저하와 시간강사의 대량 해고를 초래할 수 있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시간강사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데는 동의하지만 대학의 재정난만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의 22개 단과대 학장과 대학원장으로 이뤄진 학원장회는 20일 ‘개정 강사법에 대한 서울대학교 학장, 대학원장의 입장’을 문희상 국회의장과 이찬열 교육위원장에게 전달했다. 학원장회는 “시간강사들에 대한 처우와 지위를 향상시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며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한다”며 “그러나 강사법이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한다는 최우선의 교육목표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학의 재정난과 행정혼란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강사와 대학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학원장회는 만성적인 재정난에 시달리는 대학이 강사법을 감당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학생 수 감소‧등록금 동결‧입학금 폐지 등으로 대학의 재정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그러나 개정안에 따르면 대학별 추가 재정 소요가 수십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대학들이 시간강사를 줄이고 소규모 강의를 대형 강의로 통합하거나 개설 과목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교육의 질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는 게 교수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법 시행이 다가오자 고려대, 중앙대 등 많은 대학들은 전임 교원들의 강의 시간을 늘리거나 학부 졸업 학점을 줄이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대학 구조조정 얘기가 수년째 나오는 상황에서 연간 50억 원의 추가 비용을 마련하라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경험이 적은 젊은 시간강사의 성장을 가로막고 대량 해고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학원장회는 “소수 강사들의 신분은 보장할 수 있지만 갓 박사학위를 취득한 시간강사들은 강의 기회가 현저하게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어 “학문혁신세대가 대학 강단으로 진입하는데 장벽이 될 위험이 있다”며 “시간강사 수의 감소로 다수의 강사가 해고 상태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사법은 △시간강사 임용기간 1년 이상 원칙 △강사 재임용 절차 3년까지 보장 △방학 기간 임금 지급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은 지난 15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