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2008년 이상득 전 국회의원 측에 3억원을 건넸다는 일명 ‘남산 3억원’ 의혹 등과 관련,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6일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 등 신한금융그룹 전·현직 임직원 10여 명이 신상훈 당시 신한금융 사장을 몰아내려고 조직적으로 위증을 했다”며 검찰 수사를 권고했다. 당시 위증을 한 관련자 중에는 위성호 신한은행장(당시 지주 부사장),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사장(당시 은행 부행장) 등 현직 고위 임원도 포함됐다.

2010년 신한사태는 이백순 당시 신한은행장이 신상훈 당시 신한금융 사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촉발됐다. 신 사장 등이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년간 이희건 당시 신한금융 명예회장의 경영자문료 15억6600만원을 횡령해 비자금으로 유용했다는 혐의다. 검찰은 고소 사건임에도 이례적으로 형사부가 아니라 인지부서(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를 통해 광범위한 수사를 벌였고, 수사 착수 4개월 만에 기소했다. 그러나 기소 6년 반 만인 지난해 3월 대부분 무죄가 선고됐다. 과거사위는 이 과정에서 검찰이 무리하게 신 전 사장을 기소하는 등 검찰권을 남용했다고 강조했다.

대검찰청 진상조사단도 이날 “당시 ‘신상훈에게 명의를 도용당해 경영자문료 15억여원을 횡령당했다’는 이희건 당시 명예회장에 대한 조사를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신 전 사장 등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또 신 전 사장이 실제 얼마나 사용했는지 파악도 못한 채 그를 기소했다고 지적했다. 조사단에 따르면 검찰은 신 전 사장이 횡령했다는 15억여원 중 상당 부분이 라응찬 변호사비와 남산 3억원 ‘보전·정산’에 쓰였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라 전 회장을 무혐의 처분했다.

과거사위는 재판 과정에서 신 전 사장을 축출하기 위한 위증도 잇따랐다고 밝혔다. 라 전 회장은 2013년 12월 재판에서 ‘남산 3억원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보임에도 경영자문료 존재에 대해 모른다고 답했다. 이 전 행장 역시 2012년 11월 경영자문료 존재에 대해 위성호 당시 신한금융 부사장으로부터 구체적 내용을 보고받았음에도 그런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경제개혁연대는 2013년 남산 3억원 의혹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에 라 전 회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및 업무상 횡령 등으로, 이상득 전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하지만 검찰은 2015년 모두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남산 3억원 의혹 사건은 2008년 2월 라 전 회장의 지시로 이 전 행장이 비자금 3억원을 서울 남산자유센터 주차장에서 성명 불상의 제3자에게 전달했다는 사건으로, 실제 대통령 당선축하금 명목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에게 전달됐다는 의혹이 있었다.

과거사위는 시민단체 고발에 따라 위성호 현 행장의 위증 혐의 수사가 진행 중인 점, 일부 위증 혐의의 공소시효가 1년도 남지 않은 점, 혐의가 인정될 경우 사안이 중대한 점 등을 감안해 검찰에 수사를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과거 인권 침해 및 검찰권 남용 의혹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검찰 과거사위를 발족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