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건설 사업의 공사기간을 연장한 탓에 건설회사가 비용을 추가로 지출하더라도 이를 보상해줄 필요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하급심에서 진행되고 있는 관련 소송 금액이 1조원이 넘어 건설업계에 작지 않은 파장이 일 전망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현대건설 등 12개 건설사가 서울시를 상대로 낸 공사대금 청구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공공 공사는 실제로는 사업연도별로 별개의 계약을 맺어 진행하는 만큼 총 공사기간을 정해둔 것에 법적 구속력을 부여할 수 없다는 취지다.

소송에 나선 12개 건설사는 2004년 12월 서울 지하철 7호선 연장 공사에 참여했다. 이 공사는 2011년 3월 완공 예정이었으나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총 공사기간이 21개월가량 늘어났다. 발주처인 서울시는 건설사들과 연차별 계약을 체결하면서 공사기한을 2012년까지로 명시한 총괄계약을 다시 맺었다. 당시 건설사들이 추가로 들어가는 간접비에 대해 서울시에 계약금 조정을 신청했지만, 서울시가 거부하자 2011년 소송을 제기했다. 간접비는 현장 직원에게 지급하는 비용인 간접노무비와 현장사무실 운영비 등을 말한다. 공사기간이 길어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대법관들은 “총괄계약의 총 공사금액이나 총 공사기간은 연차별 계약을 체결하는 데 잠정적 기준일 뿐”이라며 “공사대금의 범위나 계약 이행기간 등은 모두 연차별 계약으로 확정된다”고 밝혔다. 총 공사기간에 대한 총괄계약의 구속력을 인정해 서울시가 140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1, 2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공공 공사 현장에서 공공기관의 귀책사유로 발생하는 공사기간 연장은 자주 일어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서 펴낸 ‘공공공사비 산정 및 관리 실태와 제도적 개선 방안’에 따르면 2011~2013년 총 821개 공공 공사 현장 중 254개 현장에서 공기 연장이 발생했다.

이런 사정으로 전국에서 진행 중인 ‘공기 연장으로 인한 간접비 청구소송’ 사건은 26건에 소송액이 1조1134억원(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 자료)에 달한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