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공립 대안학교를 늘리겠다”고 밝힌 가운데 대안학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대안학교는 제도권 교육에서 벗어나 다양한 체험활동과 전인교육을 시도하는 교육시설을 말한다. 최대 규모 대안학교 중 하나인 이우학교 교장을 지낸 이광호 전 경기교육청 장학관이 이달 청와대 교육비서관으로 중용되기도 했다.

공립 대안학교 증설에 대해선 찬반이 갈린다. 행정, 재정적 지원으로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대안학교 질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정부가 대안학교를 지원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며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0년까지 5개교 신설

유은혜 장관후보자 '공립 대안학교' 추가 신설 방침에 실효성 논란
26일 교육계에 따르면 1997년 경남 산청 간디청소년학교 개교로 시작된 국내 대안교육시설은 700여 개로 추산된다. 이 중에서 교육부의 ‘인가’를 받고 졸업생의 학력이 인정되는 학교는 11% 선에 불과하다. 이달 기준 전국 인가 대안학교는 각종학교 39곳, 대안교육 특성화중·고교 각각 17곳·26곳 등 총 82개다. 반면 교육부가 파악한 미인가 대안교육시설은 289개다. 교육계가 추산하고 있는 미인가 대안교육시설 수는 700여 개로 훨씬 많다.

유 후보자는 지난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공립 대안학교 신설을 계획하고 있다”며 “법 개정 등을 통해 대안학교가 합법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고, 학교 밖 청소년들이 안정적으로 지낼 공간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 후보자가 언급한 공립 대안학교는 ‘민간위탁형 공립 대안학교’다. 정부가 대안학교 설립에 40억원씩 지원하되 교장 등을 교육청이 임용하지 않고 민간 대안교육전문가에게 운영을 맡겨 대안교육의 취지를 살리는 방식이다. 3~5년간 교육감과 계약을 맺고 학교경영 성과에 따라 계약을 갱신하거나 해지할 수 있다. 교육부는 2016년 기본계획을 수립해 올해 3월 처음으로 대구에 해올학교를 개교했다. 2020년까지 강원, 경남, 전남 등에 4개 학교를 더 세울 예정이다.

◆공립 대안학교 추진 찬반 팽팽

교육부가 공립 대안학교 신설에 나선 이유는 시·도교육청의 관리를 받지 않는 일부 대안교육시설이 ‘교육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아서다. 사설 입시학원처럼 운영되며 연간 수업료가 1000만원을 넘는 곳도 있다. 교원 자격을 충족하지 않거나 스쿨존 등 안전조치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건실한 미인가 대안교육시설마저 문제시설로 낙인 찍히기도 한다.

‘정부가 대안학교를 지원한다’는 구상 자체가 모순이라는 비판도 있다. 공교육 체제에서 벗어나 다른 형태의 교육을 지향하는 게 대안학교의 취지이자 시작점이라서다. 한 대안교육시설 대표는 “미인가 대안교육시설 학생들은 인가 학교보다 더욱 특색 있는 교육을 원해서 미인가 시설로 진학한 것”이라며 “공립 대안학교가 수요를 흡수할 수 없다”고 했다.

인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미인가 대안교육시설이 많은 게 대안교육 문제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의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운동장과 담보가 설정되지 않은 건물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교사의 70%가 교원자격증을 보유하고 국어·사회 두 과목에서 정규교육과정의 50% 수준을 준수해야 한다.

하태욱 건신대학원대 대안교육학과 교수는 “교육부 담당자가 계속 바뀌는 등 정부 주도 대안학교 설립의 한계가 존재한다”며 “자율성과 책무성이라는 당초 취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