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발생 4분 만에 소방대가 도착하자마자 9명이 차례로 숨졌을 정도로 화마가 급속하게 번진 인천 남동공단 세일전자 화재사건도 결국 인재(人災)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화재가 발생한 건물 4층에 있는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했으면 인명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22일 현장감식이 진행된 화재현장에 있던 이 회사 관계자들은 4층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만 작동 여부는 조사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고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화재 당시 현장에 있었던 이 회사 직원은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것같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일부 유족들도 “사망한 가족의 시신에서 물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인천 소방본부 관계자는 “소방서 선착대가 화재 진압을 위해 공장 내부에 진입했을 때 바닥에 물이 흥건하게 있지 않았다”며 “4층에 설치된 1018개의 스프링쿨러가 정상 작동했다면 바닥에 물기가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7명이 숨진 채로 발견된 건물 4층의 비상벨과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게 사실로 밝혀지면 미작동 원인과 관계없이 관리 부실 등 인재라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화재 합동감식팀과 경찰 수사본부는 정확한 화재원인과 스프링클러의 미작동 여부는 합동감식(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전기안전공사, 한국가스공사, 소방서 등)을 통해 발표한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또 4층 전체 연기가 퍼지는데 3분이 채 안걸린 것은 시너의 사용여부가 의심된다며 수사본부에 정확한 수사를 요청했다. 세일전자 관계자는 회사 내 시너 사용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인천에 있는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22일 세일전자에 대해 전면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회사측의 위험물질 제조및 사용 여부 등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실이 확인될 경우 사업주를 엄중하게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이날 1차 현장감식을 오후 5시까지 진행한 뒤 23일에 2차 감식에 나선다. 이번 화재는 21일 오후 3시43분께 남동구 논현동 세일전자 공장 4층 검사실에서 발생, 공장 근로자 9명이 숨지고 6명이 중경상을 입는 피해를 입혔다.

인천=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