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은 CCTV에는 찍히지 않았지만
어린이집 원아의 폭행 받았다 주장 받아들여
"아이가 만 4세더라도 '머리 맞았다'는 진술 정도는 믿을 만"

2심은 신체적 학대 인정 안하고 정서적 학대 결론
피해 아동에게 고립감과 공포심 등을 초래

아동복지법은 '신체적 학대행위'와 '정서적 학대행위' 금지
처벌은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

대법원은 2심의 판단이 옳다고 판단
보육교사가 큰 소리를 치며 아동의 머리를 때렸다면 아동학대 중 신체적 학대에 해당할까, 정서적 학대에 해당할까. 하급심 판결이 엇갈린 가운데 대법원이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마침표를 찍었다. 신체 건강을 해치진 않았지만 정신적으로 위협감을 느끼기 충분했다는 2심 손을 들어줬다.

◆ “밥 빨리 안 먹는다” 주먹으로 머리 때린 보육교사

사건의 발단은 점심식사였다. 광주의 한 어린이집에 다니던 최모양(4)은 식사 속도가 느렸다. 이미 식사를 마치고 다음 수업을 준비하던 다른 아이들과 달리 혼자 늦게까지 밥을 먹고 있었다. 아이들의 식판을 점검하던 보육교사 신모씨(30)는 최양을 화장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어린이집 교실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 영상에 따르면 약 1분이 지나 최양은 울면서 화장실을 나왔다. 헛기침을 할 정도로 심하게 울다가 자신의 머리를 어루만지기도 했다.

귀가한 최양은 ‘선생님으로부터 머리를 맞았다’고 말했다. 최양의 진술에 따르면 신씨는 최양에게 “밥을 빨리 안 먹으면 혼낸다”고 큰소리를 치면서 주먹으로 최양의 머리를 수차례 때린 것으로 전해진다. 어린이집 가는 것을 좋아하던 최양은 이 사건 이후로 어린이집 가는 것을 꺼렸다. 결국 어린이집을 옮겼고 6개월가량 심리치료를 받았다.

검찰에 의해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신씨는 줄곧 혐의를 부인했다. 신씨는 먼저 식사를 마친 아이들의 양치질을 돕고자 화장실로 가던 중 최양을 불러 평소보다 큰 목소리로 “오늘은 혼자 점심을 먹기로 했으니 약속을 지켜라”라고 말했을 뿐 신체적 폭력을 가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때리는 장면이 CCTV에도 찍히지 않았고 오직 최양 진술에만 의존하고 있단 반박이었다.

그러나 1심은 최양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했다. 법원은 “아동의 경우 (진술에 있어) 질문자의 영향을 받거나 상상과 현실을 혼동할 가능성이 있단 점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피해자가 아무리 어린 나이라 해도 ‘어른으로부터 머리를 맞았다’는 단순한 경험을 기억해 말하는 데 특별한 장애가 있어 보이진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서 “어린이집에서 귀가할 무렵 어머니가 몰고 온 차량에 탑승한 즉시 피해 사실을 보고했고, 평소 피고인을 모함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최양의 진술은 머리를 맞은 횟수가 1회, 100회, 5회로 일관되지 못했으나 법원은 이 자체만으론 신빙성을 해치지 않는다고 봤다. 피해자의 어린 나이와 해당 연령대 아동의 숫자 관념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 1심 “신체적 학대” vs 2심 “정서적 학대”

아동복지법 제17조는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행위’와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학대 행위를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상습범일 경우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해 처벌한다.

1심은 신씨의 신체적 학대 행위를 인정하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법원은 “일선 보육교사의 열악한 근로조건과 처우를 고려하더라도 피고인의 행위는 정당한 훈육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었다”며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질타했다.

다만 1심은 검찰 공소사실 중 정서적 학대 혐의에 대해선 무죄라고 봤다. 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큰소리를 친 행위는 머리를 때린 신체적 학대 행위에 수반된 것”이라며 “설령 분리해 검토하더라도 그것이 독자적으로 피해자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칠 정도의 정서적 학대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반대로 신체적 학대 혐의에 대해 무죄, 정서적 학대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서적 학대행위에는 실제 아동의 정신건강과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한 경우뿐만 아니라 그러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나 가능성이 발생한 경우도 포함된다”며 “신씨의 행위는 만 4세에 불과한 피해자에게 고립감과 공포심 등의 정서적 위해를 주기에 충분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신체적 학대 혐의에 대해선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쳤다고 보긴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형량은 1심과 같은 벌금 300만원이다.

대법원이 2심 판결을 확정함에 따라 신씨는 10년 동안 보육교사로 일할 수 없게 됐다. 영유아보육법 제48조에 따르면 보육교사가 아동학대 관련 범죄로 처벌을 받은 경우 자격을 박탈당한다. 10년 동안 자격 재취득이 불가능하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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