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폭로 이후 제 이름이 아닌 L 교수 사건의 피해자로 산 지 4개월째입니다. 2차 가해 속에서 발버둥 칠 동안 가해자는 진정한 사과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변화로 이어지는 미투는 계속돼야
지난 1월 말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 이후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들불처럼 번졌지만 정작 피해 당사자들은 여전히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편견, 여성 혐오적 시선과 싸우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2일 오후 부산 동래구 부산성폭력상담소에서 미투 폭로 여성들이 한자리에 모여 미투 운동 이후의 변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부산대 예술문화영상학과 L 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던 A 씨는 "가해 교수와 피해를 본 학생 다수가 싸울 것으로 생각했지만 학교 측의 조사과정에서 권력과 개인이 싸우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이어 "피해를 호소한 20여 명의 학생이 해당 교수의 파면과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했지만 사과 없이 해당 교수가 해임되는 데 그쳤다"며 "오히려 학생들이 학교 측의 조사과정에서 2차 피해만 입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 기자회견으로 교수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부산대 박사 수료생 B 씨는 "사과는 받지 못했고 증거가 있느냐는 말만 돌아왔다"며 "살기 위해 시작했던 미투는 오로지 출발일 뿐이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용기를 내 미투를 폭로한 피해자들은 미투 운동 과정에서 돌아온 것은 2차 피해뿐이었지만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미투 운동은 계속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과 함께 미투 운동을 이어갔던 미투운동부산대책위는 "미투 운동 이후 학교, 기업 등 여러 기관에서 개혁을 시도하기보다 자기방어적 태세로 똘똘 뭉쳤다"며 "이에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성 평등 사회를 위해 정면으로 싸우겠다"고 밝혔다.

이재희 부산성폭력상담소 소장은 "가해자는 행정 소송 등을 통해 기관의 판단에 재심을 청구하는데 피해자는 현 제도에서는 할 수 있는 게 제한적이다"며 "정부와 지자체에 지속해서 성폭력 방지와 피해자 지원 방안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