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청년수당 예산이 2년 새 두 배 이상으로 급증해 200억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구직활동과 무관한 유흥 등에 쓰이는 일이 많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현금 지급 방식의 청년수당이 확산되면서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한 사업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0억 넘은 청년수당… "여행가고 술 마시면 어떠냐"는 서울시
◆돈 줄줄 새는데 예산만 급증

서울시는 최근 2018 서울시 청년수당 수혜자 4000명을 대상으로 오리엔테이션을 했다. 청년수당은 올해부터 지원 대상이 5000명에서 7000명으로 늘어난다. 예산도 사업이 처음 시작된 2016년 89억원에서 올해 210억원으로 대폭 증액됐다.

청년수당은 ‘청년이 사회 진입을 위한 준비 시간을 벌 수 있도록 돕는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을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현금수당으로 도입된 제도다. 원칙적으론 현금화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현금화해 엉뚱한 곳에 쓰는 사례가 넘쳐난다.

한 수급자는 “현금영수증을 증빙하도록 한 지난해에도 식당 등에서 ‘가라 영수증’을 만들어 제출하는 식으로 점검을 회피했다”고 말했다. 매달 내는 활동보고서에 대놓고 별다른 증빙 없이 제출했는데 ‘아무 일도 없었다’는 증언마저 나온다.

주 30시간 이상 정기소득이 없어야 지원 대상이 되지만 ‘고용보험을 가입하지 않은 곳에 다니면서 청년수당을 계속 받았다’는 수급자도 있다. 서울시가 4대 보험, 특히 고용보험을 기준으로 지원 대상을 판가름하기 때문에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서 청년수당을 계속 받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잘못된 사용을 막기 위한 서울시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던 한 학생은 ‘피부과에서 점을 빼는 데 쓸 수 있느냐’고 질문하자 “취지에 맞춰 사용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사용제한처를 제외하고 다 쓸 수 있다”는 모호한 답변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술 한잔 마셔도 구직 도움되는 것”

200억 넘은 청년수당… "여행가고 술 마시면 어떠냐"는 서울시
현금화를 통한 부당한 사용이 많다는 지적에 서울시는 최근 텔레뱅킹과 인터넷뱅킹,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한 계좌이체를 막았다. 그러나 여전히 체크카드 자동이체로 현금화가 가능하다. 직접 창구에서 현금으로 뽑아 쓸 수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금화한 액수는 전체의 20% 수준”이라며 “주로 월세나 교통비 지급에 많이 쓰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년수당은 도입 당시부터 유흥주점 등에서 쓰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사용내역이 남는 ‘클린카드’로 청년수당을 지급하고 현금화하는 경우 현금영수증 제출을 의무화했다. 매달 제출한 활동 내용이 사실과 다르면 선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현금영수증 점검 사이트가 용량을 감당하지 못한다며 전화를 이용해 주먹구구식으로 소명을 인정하고 있다.

서울시는 여행에 쓰든, 친구들과 술 한잔 마시는 데 쓰든 어떤 식으로든 도움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부족한 인력으론 은행에 일일이 협조를 부탁해 계좌를 확인하는 게 불가능하고 그게 문제인지도 모르겠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현금화가 허용되는 청년수당은 다른 나라에선 유례를 보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효율성 측면에서 특정 계층을 상대로 돈을 몰아주는 것은 그 계층엔 일종의 ‘마약’”이라며 “공정성 측면에서 같은 청년 사이에서도 공정하지 않고 다른 계층 사이에서도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