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범 서울아산병원 교수 "병원 AI 수요 커져… 의사·공학자 교류 절실"
“‘병원 현장은 인턴이 지킨다’는 말이 있습니다. 똑똑하면서 힘든 잡무를 맡는 사람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인공지능(AI)과 같은 지능형 기술 활용 범위가 그만큼 넓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의료인공지능학회 추진위원장인 서준범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50·사진)는 “공학 연구자와 의학 연구자, 정부, 산업계 간 원활한 소통을 위해 학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그는 아산생명과학연구원 인공지능의료영상사업단장, 의공학연구소 기획부장, 울산대 방사선의학연구소 의료영상 및 로봇연구실장 등을 맡고 있다.

서 교수는 2004년 의학과 공학을 접목한 의공학 연구에 뛰어들었다. 공학을 이해하기 위해 거의 매일 동료 교수에게서 코딩 이야기를 들으며 이해의 폭을 넓혀갔다. 의료 AI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2013년 즈음이다. AI를 활용해 의학영상정보시스템(PACS)을 개선하는 사업을 맡아 하다 보니 “공학자와 의사 간 교류가 절실하다”고 깨닫게 됐다.

지난해 카카오, 엔비디아 등의 도움을 받아 다섯 차례 교육 워크숍을 열었다. 의사들에게 AI 기술을 알리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참석자의 절반 가까이가 공학자들이었다. 정보기술(IT)업계에서도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싶은 수요가 컸기 때문이다. 서 교수는 “뷰노 루닛 등 AI 분야 선도 회사는 물론 네이버 인터파크 등도 찾아왔다”며 “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가 의료 AI 연구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학회를 만들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학회 발기인은 120여 명이다. 학계, 산업계는 물론 정부 부처 실무자들도 참여한다. 오는 7월 말 대규모 교육 워크숍을 열고 발기인 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올해 말께 학회 출범이 목표다.

학회의 가장 큰 목표는 교육 프로그램 개발이다. 서 교수는 “의학을 이해하는 공학자, AI 기술을 잘 이해하는 의학자가 부족하다”고 했다. 양쪽을 두루 아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콘텐츠부터 개발해 인재 양성을 돕겠다는 것이다. 문화적 차이가 큰 다양한 직군을 하나로 모으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AI 등장으로 의료는 물론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그는 “끈기 있게 투자해 데이터를 쌓는 팀이 이기는 시대로 가고 있다”며 “새 기술이 나오면 3분의 1은 알고리즘, 3분의 1은 데이터, 3분의 1은 사용자 환경에 기여한다”고 했다. 그만큼 데이터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는 “국내 의료정보가 뛰어나다고 하지만 병원마다 의무기록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이를 묶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며 “대형 데이터를 쌓도록 돕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