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1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1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교육부가 11일 올해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치를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과 관련해 5개 시안을 제시하자 입시 전문가 사이에선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안이 다 나왔다”는 평가가 나왔다. 교육부는 작년 8월 수능개편안 발표 때만 해도 ‘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기정사실화했다. 이번에 발표한 안에는 현재의 수능 상대평가를 그대로 유지하는 안에 수능 원점수를 활용하는 안까지 추가했다. 교육부는 이번 개편 시안을 국가교육회의에 넘겨 공론화·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오는 8월에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어떤 안이 채택되더라도 정시(수능)전형 비중은 현재보다 높아지고, 수시와 정시도 통합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시·정시 통합과 수능절대평가가 관건

교육부는 작년 8월10일 절대평가로의 전환을 골자로 하는 수능개편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절대평가 전환 시 수능 변별력 저하로 신입생 선발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는 반발이 거세게 일자 작년 8월 말 ‘1년 유예’ 결정을 내렸다.

이번 대입제도 개편 시안에선 두 가지 핵심 쟁점을 기반으로 총 5가지 조합을 내놨다. 수시·정시 통합을 전제로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느냐 여부에 따라 1안(절대평가), 2안(상대평가), 3안(원점수)을 만들었고, 수시·정시 분리를 유지한다는 가정하에 수능 절대평가를 도입하느냐에 따라 4안(절대평가), 5안(상대평가)을 마련했다.

현행 대입제도와 비교해 가장 급격한 변화를 불러올 안은 1안(수시·정시통합+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이다. 수시·정시통합은 현재 11월 셋째주에 치러지는 수능시험을 2주 정도 앞당기고, 학생부종합전형·학생부교과전형 등 수시전형 내에 있는 하위전형을 정시로 합치는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학생부종합전형·학생부교과전형에 지원하는 학생들도 수능 시험을 치른 뒤 각 대학에 지원하게 된다. 수능 절대평가란 국어 영어 수학 등 모든 수능 과목에 점수대별로 1~9등급을 부여하는 것이다. 각 과목에서 91점을 받은 학생이나 100점을 받은 학생이나 모두 1등급으로 처리된다. 수험생으로선 수능 준비 부담이 줄지만 변별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교육부가 제시한 4안은 수시·정시 분리를 유지하지만 수능 절대평가제도가 도입된다는 점에서 1안과 대동소이하다는 평가다.

2안과 5안은 수능 상대평가제도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점에서 현재 대입제도와 비슷하다. 다만 영어와 한국사에만 적용하는 일부 과목 절대평가가 제2외국어·한문으로 확대된다는 점이 다르다.
現 중3 대입 때 수능전형 비중 높아질 듯… 수시·정시 통합 가능성도
정시(수능) 비중 확대될 가능성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12월28일 국가교육회의 위촉식에서 대입제도 개편방향과 관련해 ‘단순성’과 ‘공정성’이란 두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현 대입 제도가 복잡하고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여론을 의식한 발언이다.

이 두 가지 원칙에 비춰보면 현행 제도와 별 차이가 없는 5안은 채택될 확률이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능 원점수를 활용하는 3안은 과거 학력고사 시절과 비슷해 가장 단순하고 공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해온 대학의 학생 선발 자율성 보장, 고교 교육 정상화 등의 정책방향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교육부가 이번에 수능 절대평가제를 골자로 한 1안과 4안을 발표하면서 현행 정시의 수능전형에 원점수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을 추가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지원자들의 수능 절대 등급이 똑같을 경우 원점수를 제공해 우열을 가릴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수시·정시가 통합되면 대학은 학생부종합전형을 진행할 시간적 여유가 줄어든다”며 “이런 가운데 정시(수능)에서만 원점수 활용을 통해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되면 대학은 수능중심 전형을 늘리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