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 등장' 민희진 사태에…정치권도 "안 좋은 구태 축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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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맨얼굴에 모자를 눌러쓰고 기자회견장에 등장한 민 대표의 일성은 "이러시면 기자회견 못 한다"는 것이다. 자신을 향해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와 셔터 소음이 신경 쓰여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현장 관계자들의 조율 끝에 사진 촬영을 먼저 한 후 기자회견을 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러는데 소요된 시간만 해도 10여분이었다.
얼마나 그간 쌓인 울분이 많고 현재 자신이 마녀화되는 상황에 그야말로 잠도 잘 수 없는 상태인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민 대표의 태도가 전달하려는 '내용'을 지워나갔다. 처음 20여분간은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정치권에서도 "무속 논란 등 안좋은 모습이 축약된 기자회견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바닥에서는 어쩔 수가 없다'는 미명 하에 '하이브 개저씨들이', 'XX끼', X발 XX', '양아치', '미친 X' 등 기자회견에 부적절한 발언이 쏟아졌다.
하이브는 포렌식을 통해 확보한 민 대표와 한 무속인 간의 대화록을 민 대표 기자회견 20분 전 공개했다. 민 대표가 무속인의 코칭을 받아 '주술 경영'을 펼친 정황을 포착했다는 게 요지였다.
하이브 측은 실제 대화 내용과 무속인의 이름 등을 공개했는데 이에 따르면 민 대표는 'XX 0814'라는 여성 무속인과 어도어 경영 관련 내용은 물론 하이브 관련 내용 등을 논의했다. 또한 민 대표가 "BTS 군대 갈까 안 갈까"라고 묻자 무속인은 "가겠다"라고 답한 내용도 있다.

이번 사태 가장 큰 피해자인 뉴진스도 당연히 거론됐다. 민 대표는 뉴진스 멤버들을 언급할 때면 '내 새끼 같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애들이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제가 이렇게 고통당하고 있으니까 밤에 다들 전화해서 막 울어요. 대표님 불쌍해 죽겠다고. 해린이는 원래 말도 없는 애인데 '그냥 목소리 듣고 싶어 전화했다'고 하고, 혜인이는 자기가 고마운 게 너무 많은데 나를 못 도와줘서 미치겠다는 거예요"라며 은연중에 뉴진스와 그들의 부모까지 자신의 편임을 암시했다.

김광삼 변호사는 26일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에 출연해 "하이브와 민 대표 측이 서로 정반대 주장을 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팩트가 뭔지 알 수가 없다"라면서도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건 민 대표가 본인이 알고 있던 지인과 카톡 내용에 '방탄 군대 가느냐, 그들이 군대 가야 우리한테 도움 된다'는 내용이 있다는 점이다. 하이브 입장에서는 충분히 오해할만한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어느 쪽 말이 사실인지 알 수 없지만 민 대표 기자회견 하면서 거대기업 대상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기자회견뿐이라고 하면서 쌍욕, 비속어 쓰면 자신의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기 어렵다"면서 "대중들에게 진실에 대해 설명을 하고 이를 판단하게 해야 하는데 본인 말이 다 진실일지라도 쌍욕을 하다 보면 듣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편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기자회견 당시 민 대표는 "개저씨들이 나 하나 죽이겠다고 온갖 카톡을 야비하게 캡처했다. 수준이 너무 낮아 응대하지 못했다"고 지적했으나 기자회견 수준도 이에 못지않았다는 평가다. 배석한 민 대표 변호사들은 그의 돌발 발언에 얼굴을 감싸거나 웃음을 참아야 했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병민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또한 이 방송에 출연해 "기획사 대표 공방에 뉴진스 피해 보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면서 "민 대표가 뉴진스 키워오며 공헌했지만 하이브와 갈등을 피할 수는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기자회견 모습은 이해가 안 간다. 민 대표가 비속어 써가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모든 뉴스에서 뉴진스와 하이브가 도배됐다"면서 "자신이 기자회견 하면 국민들에게 어떻게 각인될지 모르지 않았을 텐데 하이브와 끝까지 갈려고 하는 것처럼 보였다. 특히 무속 논란 등까지 터져 나오며 정치권에서 (기존에) 보이는 안 좋은 면이 축약된 기자회견이었다"고 진단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에 무속인이 있다는 일부 야당의 주장을 빗댄 표현이다. 상대방의 행위에 배후가 있었다며 공격하기 위해 무속 논란을 끌어들였다는 취지다.

민 대표는 방 의장과 박지원 CEO를 향해 욕설을 날린 후 "나도 스트레스 좀 풀자"라고 말했다. 자신 앞에 놓인 득과 실을 구분하지 못한 채 감정적으로 두서없는 이야기를 늘어놓았기 때문일까.
하이브는 민 대표의 기자회견에 '답할 가치가 없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이미 경영자의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입증했다"며 "속히 어도어의 정상적 경영을 위해 사임하라"고 촉구했다.
이어진 공개 반박문을 통해서는 '무속인이 단순 친구'라는 민 대표의 주장에 "경영 전반에 세세히 개입하는 외부 인사를 단순 친구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대화 과정에서 공시되지 않은 임원의 스톡옵션 수량, 잠재 투자자 이름·투자자별 지분율이 기재된 경영권 탈취 구조 등이 오가고 있고, 다양한 경영 이슈에 대해 무속인의 제안에 기반하여 의사결정을 했다"면서 "이런 대화 상대를 단순한 지인이라고 볼 수 없다. 중요한 회사 정보를 회사 관계자가 아닌 외부 인사에게 무분별하게 노출하고, 의사결정에 개입하고, 채용청탁도 받은 사실을 회사는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