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훈련 통해 직원 역량 키워주는 게 최고 복지"
“산업환경이 빠른 속도로 변하다 보니 직업훈련이 임금 수준이나 고용안정성을 결정하는 데 점점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노동계도 단체교섭을 할 때 임금 인상이나 복지 개선 요구에 매몰되지 말고 사측과 머리를 맞대 근로자 직무역량 강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할 때입니다.”

나영선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원장(56·사진)은 2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직업훈련 방안을 모색하는 게 가장 큰 고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나 원장은 지난달 8일 직업능력개발원 8대 원장으로 취임했다. 직능원이 출범 20년 만에 맞은 첫 여성 수장이다.

나 원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직업훈련 분야의 최고 전문가 중 한 사람이다. 이화여대에서 사회학 석·박사학위를 받은 뒤 줄곧 직업훈련 연구에 매진해왔다. 한국직업훈련관리공단 직업훈련연구소, 한국기술교육대 산업기술인력연구소를 거쳐 1997년 직능원 출범 때 합류했다. 직원들에게 쓴소리를 잘 못하는 온화한 성격이지만 역대 원장 중 직능원을 가장 잘 아는 수장이라는 점 때문에 직원들의 신망이 두텁다.

나 원장이 취임 후 가장 주목하는 화두는 ‘4차 산업혁명’이다. 그는 “30~40년 동안 운전만 하던 택시운전사들도 이제 정보기술(IT) 기기를 곧잘 다뤄야 하고 달라진 업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며 “고용안정성이 가장 높은 연령대인 30대 후반~40대 초반 직장인들도 과거와 다른 업무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언제 밀려날지 모른다”고 말했다.

또 “반대로 직업훈련을 통해 직무역량을 기른다면 자연히 임금도 오른다”며 “직접적인 복지도 중요하지만 소득주도성장을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직업교육을 통한 역량 강화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진국들도 직접 복지를 줄이는 대신 직업훈련·재교육을 통해 근로자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나 원장은 “모처럼 노사정 대화 분위기가 갖춰진 만큼 노동 관련 의제 못지않게 시대 변화에 맞는 직무능력을 모색하고 이를 직장에 확대하는 방안을 노사정 의제로 다루도록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직업교육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나 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마이크로러닝(초단기 교육), 플립러닝(온라인 교육 뒤 오프라인 토론 진행) 등 온라인 훈련 과정이 늘어나고 있다”며 “직능원도 이에 맞춰 가상현실(VR) 기기 활용을 검토하는 등 새로운 직업훈련 방식과 교재 개발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재학생 일·학습병행제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청년 일자리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청년들이 노동시장에 더 빨리 안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최근 현장실습에 대한 문제점이 불거지고 있지만 이 때문에 재학생들의 현장학습이 위축되면 안 된다”며 “훈련과정을 꼼꼼히 설계하고 학교와 사업체가 모니터링을 강화해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경봉/심은지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