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에서 절망과 슬픔을 노래한 한국 시인
“슬픔은 사람을 살리는 힘입니다. 절망을 통해 희망을 볼 수 있으니까요. 그렇기에 시(詩)는 절망과 희망의 경계에서 꽃피워집니다.”(천양희 시인)

절망과 슬픔을 노래하는 두 시인 이성복(왼쪽), 천양희(오른쪽)가 터키 이스탄불에서도 그들만의 언어로 ‘고통의 꽃’을 피웠다. 한국이 주빈국으로 초청받은 제36회 이스탄불 국제도서전 한국관에서 두 시인은 5일(현지시간) 터키인을 위한 시 낭송회를 열었다. 두 시인의 작품은 터키 에르지예스대와 한국문학번역원이 공동으로 진행한 번역 워크숍을 통해 터키에 소개됐다.

시인들은 각각 4편의 시를 읊었다. 사회자로 나선 터키 휴리에트신문의 차흘라얀 체벅 기자는 시인의 낭송이 끝나면 터키어로 번역된 시를 읊었다. 80여 명의 터키 문학인이 시를 경청했고 낭송이 끝날 때마다 큰 박수를 보냈다.

“새장의 새를 보면/집 속의 여자가 보인다/날개는 퇴화되고 부리만 뾰죽하다/사는 게 이게 아닌데/몰래 중얼거린다….”

‘새에 대한 생각’을 낭송한 뒤 천 시인은 시를 쓴 배경을 설명했다. “한 친구의 집에 까마귀가 날아들어왔는데 쫓아내고 다시 돌아오길 반복하더군요. 결국 새장에서 지내는 까마귀의 모습을 보면서 억압되고 대우받지 못하는 여성을 상상하며 썼습니다.”

현지 터키 정치 상황이 간단치 않아서인지 터키인들은 한국 시인의 고통과 절망의 언어에 깊이 공감했다.

이스탄불=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