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31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수능개편 1년 유예 조치를 설명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31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수능개편 1년 유예 조치를 설명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2022학년도부터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제도가 대폭 간소화된다. 비(非)교과 ‘스펙’ 쌓기 경쟁을 없애는 것이 핵심이다. 교육부는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을 1년 뒤로 미루고 절대평가 시행 등 모든 것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수능 무력화로 ‘계층 간 사다리’를 걷어낸다는 비판에 직면하자 ‘귀족 전형’이라 불리는 학종부터 손질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귀족 전형' 학종부터 손본다…"수능 절대평가는 원점서 재검토"
◆1년 늦춰진 대입제도 개혁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31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새 정부의 교육철학과 수능 개편에 관한 입장’을 발표했다. 김 부총리는 “대입전형을 학생부와 수능 위주로 단순화하겠다”며 “학교생활만 열심히 해도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귀족 전형' 학종부터 손본다…"수능 절대평가는 원점서 재검토"
지난 10일 시안 발표 이후 논란을 불러일으킨 수능 개편안은 1년 유예하기로 했다. 이진석 대학정책실장은 “기본적으로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어와 한국사에만 적용하고 있는 절대평가를 다른 과목으로 확대할 것인지도 논의 대상이라는 얘기다. 당초 교육부 안은 전 과목 절대평가와 국어·수학 등을 제외한 네 과목 절대평가 중 택일하는 것이었다. 김 부총리는 “수능 절대평가는 정부가 추진하는 하나의 방향”이라면서도 “어느 정도 수준에서 어떻게 할지는 종합적 판단 속에서 결론 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수시에 적용되던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폐지하기로 했다.

'귀족 전형' 학종부터 손본다…"수능 절대평가는 원점서 재검토"
학종 개선을 포함한 내신 절대평가,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고교학점제 등 문재인 정부 교육개혁의 핵심 과제들과 함께 수능 개편 역시 ‘패키지’ 방식으로 처리하겠다는 의미다. “각각의 제도가 하나의 고리로 맞물려 있다”는 게 김 부총리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고교, 대학, 학부모, 정부 등 다양한 교육주체가 참여하는 ‘대입정책포럼’을 구성하기로 했다. 이달 신설돼 출범하는 국가교육회의에서도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학종 개편 방향도 논란거리

이날 교육부 발표 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학종 개선’이다. 학종은 내신 성적과 학생기록부에 적힌 교사 평가, 자기소개서, 교사 추천서, 수상 및 봉사활동 경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대학이 신입생을 선발하는 제도다. 내신만 보는 학생부교과전형을 포함해 학생부전형이 대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3.9%(2018학년도)에 달한다.

학종 개선을 위해 교육부는 크게 두 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우선 사교육을 유발하는 요소가 없는지 면밀히 검토하기로 했다. 강남 등 일부 부유층에만 유리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비교과 스펙의 비중을 최소화하겠다는 얘기다. 이진석 대학정책실장은 “학생부 기재사항 중 선행학습을 부를 것으로 판단되는 부분은 개선하고 이를 위반하면 엄중히 제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학생·교사 부담을 최대한 낮추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교사 추천서 폐지와 함께 자기소개서 비중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교육부는 학종과 관련한 대입 평가기준 정보를 대학과 협의해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블라인드 면접’도 확대된다.

실효성과 관련해선 논란이 분분하다. 일각에선 학종의 핵심은 내신 성적이고, 비교과 스펙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고교 진학교사는 “내신이 4등급이어도 수학에 특출한 재능이 있고 열정도 있는 아이가 명문대에 갈 수 있도록 하자는 게 학생부종합전형의 취지인데 현 제도에선 1등급이 아니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비교과 영역 평가를 최소화할수록 시험을 잘 치르는 모범생만 양산하는 모순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이 어느 정도 범위까지 평가기준을 공개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대학별 면접기준은 제각각이고 정성적 요소의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수험생이 원하는 건 모호한 평가기준이 아니라 대학별로 몇 등급이 무슨 과에 합격했는지를 보여주는 명확한 등급 커트라인인데 대학들이 자칫 자신의 서열이 드러나는 수치까지 공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설명이다.

박동휘/김봉구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