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성형외과에 '미스터리 쇼퍼' 보냈더니…
지난 13일 중국인 A씨(34)는 코 시술로 유명한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B성형외과를 찾아 상담을 받았다. 30분가량 상담하던 전문의는 그에게 “코 축소술을 받아보라”고 넌지시 권했다. 코 재수술 가격은 코 성형수술(시술) 가운데 가장 비싼 편이다. 그는 가격으로 1200만원을 얘기했다. 내국인을 상대로 한 코 재수술 가격은 최고 800만원이다. 시장 가격보다 50% 부풀린 셈이다.

강남구 일부 성형외과는 정보가 부족한 외국인을 상대로 불합리한 의료서비스를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는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구내 성형외과 50곳을 대상으로 의료서비스 실태 조사를 벌였다고 28일 밝혔다. 강남구는 세 명의 중국인 ‘미스터리 쇼퍼’를 채용해 실제 환자처럼 성형외과를 방문하고 상담을 받도록 하는 식으로 조사했다.

강남구는 진료 예약부터 상담까지 과정을 분야별로 나눠 평가했다. 구체적인 항목으로는 △수술 비용의 적정성 △환자의 권리와 의무에 대한 안내 △수술에 대한 전문의의 정확한 상담 등을 들여다봤다.

조사 결과 50개 성형외과 중 다섯 군데는 전문의가 아니라 병원 내에서 ‘실장’으로 불리는 일반인이 시술을 상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압적인 계약 요구도 있었다.

한 병원에서는 미스터리 쇼퍼가 시술 상담을 받고 자리를 뜨려고 하자 “상담을 받았으니 돈을 내야 한다”며 성형 시술 계약을 요구했다. 강남구 관계자는 “이 병원에서는 미스터리 쇼퍼가 당장 가진 돈이 5만원뿐이라고 하자 당장 가진 돈이라도 계약금으로 달라고 압박했다”고 밝혔다.

강남구는 “이번 조사는 한한령(限韓令)으로 크게 줄어든 중국인 의료관광객을 다시 유치하기 위해 의료서비스를 개선하자는 취지에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강남구를 찾은 중국인 의료관광객은 전체 외국인 의료관광객의 42.1%(3만2000명)를 차지했다.

강남구는 불합리한 의료서비스 사례를 정리해 구내 성형외과에 전파하고 평가 결과도 제공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병원별로 컨설팅도 할 계획이다. 평가 결과 우수기관에 선정된 성형외과에는 앞으로 구 차원에서 환자 유치 마케팅 홍보활동도 지원할 예정이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